[기자수첩]비만약 '위고비', 일반인은 몰라도 되나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4.09.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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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위고비' 개요/그래픽=이지혜비만약 '위고비' 개요/그래픽=이지혜


"전문의약품 자료는 의약전문지에만 배포가 가능하다고 법무팀에서 가이드라인을 줬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근래 제약업계의 관심사는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언제 국내에 출시되는가였다. 국내 비만인들도 위고비 출시를 고대했다. 이에 맞춰 기자들도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에 수차례 출시가 결정되면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은 대중이 독자인 일간지 등에 위고비 출시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의사와 약사 등 전문가를 독자로 둔 의약전문지에만 다음달 위고비를 출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일반 독자들은 위고비 출시 소식을 뒤늦게 접할 수밖에 없었다.



노보노디스크가 일간지에 위고비 소식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 든 것은 약사법 규정이다. 약사법 제68조 6항은 △전문의약품 △전문의약품과 제형, 투여경로와 단위제형당 주성분의 함량이 같은 일반의약품 △원료의약품을 광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감염병 예방용 의약품과 의학·약학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전문매체 광고 등은 가능하다.

이런 탓에 일간지 기자들은 전문의약품 취재에 제약이 생겨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한다. 자연히 환자들의 정보 접근성도 떨어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광고 관련 해석을 명확히 주지 않아 보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제약사에 '의약품 광고·전문의약품 정보제공 가이드라인'을 주지만 해석이 명확치 않아 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의약품 광고를 제한한 약사법은 대중에 정보를 제한해 의약품 오남용 위험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규정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환자들은 현명해졌고 누구나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전문의약품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전문지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매체를 한정해 정보 접근을 막을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제 정부는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확대를 위해 낡은 규정을 손봐야 한다. 환자가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전문가 지도하에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의약품 등의 정보 제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환자 선택권을 높이면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도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박미주 기자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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