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 10월? 11월?…"내수 침체" vs "가계부채 위험"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09.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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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변동 추이/그래픽=이지혜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변동 추이/그래픽=이지혜


미국이 '빅컷'(한번에 정책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금리인하 흐름이 시작됐다. 다만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물가와 경기 측면을 보면 금리 인하가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금리인하를 망설이게 했던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 등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았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두 차례 금통위 가운데 적어도 한 번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

한은은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커진 상황에서 예상보다 더딘 내수 회복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 금리 인하를 망설인다. 금리인하가 서울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겨선 안 된다는 경계감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가 늦어지면 내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으로 11월보다는 10월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10월 인하설'에 힘을 싣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 측면에서 한은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애써 간과하고 있다"며 "1분기 '깜짝 성장'의 효과가 지속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10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2분기부터 민간소비 둔화 등 내수 침체 조짐이 나타났기 때에 금리를 또 동결하면 경기침체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가 잡힌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경기 침체를 겪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한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50bp(1bp=0.01%포인트)의 인하 결정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책 전환이 지연되지 않기 위한 강력하고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나 국책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한은은 지표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의 언급은 선제적 대응 필요성에 힘을 싣기 때문에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리스크를 고려할 때 한은이 호흡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홍범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융안정에 대한 책임이 커졌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25년 가까이 지속돼 온 문제고 경우에 따라 심각하게 부각되기 때문에 10월엔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게 한은 입장에서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글로벌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연준이나 다른 주요국 대비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지 않았던 점도 금리 인하를 늦출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김 명예교수는 "한은이 지난해 두 차례 정도는 금리를 더 올렸어야 했다고 본다"며 "큰 무리없이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리지 않았던 것이 지금와서는 내려야 할 때 내리기 힘든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국민과 소통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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