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접수, 이제 유럽 달군다"…100%씩 '핫한 성장' 이 회사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4.09.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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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매출 300% 성장
보일러 본고장서 '친환경 제품' 각광
적자도 감소...손익분기점 가까운듯

경동나비엔 영국법인 상반기 매출/그래픽=이지혜경동나비엔 영국법인 상반기 매출/그래픽=이지혜


미국 시장을 접수한 경동나비엔 (70,100원 ▲300 +0.43%)이 유럽으로 눈길을 돌렸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영업망을 늘려 매출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미국에서 쌓은 인지도와 기술력으로 보일러의 본고장이자 역사가 깊은 경쟁사들이 즐비한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동나비엔 영국법인(NAVIEN UK)의 누적 매출은 10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에 28억원이었던 것이 해마다 34억원(2022년), 64억원(2023년)로 늘더니 올해 100억원을 넘었다. 연평균 성장률이 100%에 가깝다.



연매출도 2021년 57억원에서 이듬해 85억원, 지난해 154억원으로 연평균 85%씩 성장했다. 통상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큰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연매출은 지난해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동나비엔 영국법인은 2014년에 설립했다. 이후 경동나비엔 유럽사업의 거점이 됐다. 유럽은 보일러의 본고장이다. 중국이 정부 주도의 '메이가이치' 사업으로 가스보일러를 대량 확대하기 전까지 영국이 한해 150만대의 세계 최대 시장이었고, 전세계 보일러 생산·판매량의 1~3위도 독일계 기업이 차지한다. 4위는 경동나비엔이다.



그동안 영국과 독일의 거대 기업들 사이에서 경동나비엔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경동나비엔은 미국에서 콘덴싱온수기 시장 과반, 콘덴싱보일러 시장 약 30%을 점유하는 성공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점유율을 조금씩 키웠다. 지난해는 국내에 출시한 나비엔 콘덴싱 ON AI가 유럽에서 주목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난방 효율을 높여 대기오염 물질 발생을 줄이고, 온수 생산 중에 버려지는 물의 양을 절감해준다.

유럽은 콘덴싱보일러 보급률이 매우 높다. 난방 시 발생한 수증기의 열을 재활용해 난방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영국은 내년, 네덜란드는 2026년부터 가스보일러의 신규설치를 금지하고 콘덴싱보일러 설치를 장려한다.

콘덴싱보일러를 처음 개발한 곳은 1980년대 네덜란드였다. 경동나비엔은 네덜란드의 기술을 이전받아 1988년에 아시아 처음의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했고, 점차 기술을 고도화한 것이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끈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영국은 도시가스에 수소를 혼입해 친환경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2022년에 '수소 레디 인증'을 받은 점도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해당 인증은 수소를 20% 혼입한 가스로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받을 수 있다.

경동나비엔은 영국 최대의 난방·환기 에너지 기술 전시회 '인스톨러 쇼(Installer Show)'에 올해까지 4년 연속 참여해 인지도를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일대에 보일러, 라디에이터 등을 유통하는 APP 홀세일과 보일러 판매 계약을 맺으며 유통망도 늘리고 있다.



다만 수익성 개선은 풀어야할 숙제다. 경동나비엔 영국법인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상반기에 16억원, 20억원, 32억원의 적자를 냈다. 다만 올해 상반기는 매 적자는 8억원 감소해 손익분기점이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글로벌 강자들이 즐비한 시장이라 공략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보일러 본고장에 깃발을 꽂았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점유율을 더 키우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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