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내년 질병관리청 예산안에 대상포진과 남아 HPV 백신 무료접종을 위한 예산은 없다. 국가예방접종실시 예산은 올해 8010억원에서 내년 6018억원으로 오히려 1992억원(24.9%) 줄었다. 코로나19 백신 구매비 예산이 올해 4293억원에서 내년 2242억원으로 2051억원(47.8%) 감액된 영향이 컸다.
앞서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60~64세 만성질환자 독감, 남아 HPV(인체유두종바이러스) 등 국민적 요구가 많은 예방접종의 편입을 적극 검토해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대상포진도 국가예방접종 도입을 고려하는 백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6월13일 서울역 인근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부속 의원에서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뉴시스
전문가들은 남아 HPV 등의 국가예방접종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7월 대한부인종양학회·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대한두경부외과학회와 세 개 학회의 모학회를 포함한 한국 전문가 그룹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생식기 감염·종양학회에서 HPV 백신을 남녀 모두가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음경암, 남성 불임을 비롯한 관련 질환의 예방을 위해 성별에 상관없이 9~26세 사이에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며 "HPV는 여성은 물론 남성에서도 흔하게 감염되고 남녀 모두에서 다양한 질병과 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이 함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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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의 90%와 항문생식기암·구인두암의 70%가 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과 구인두암을 90% 이상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저출산 시대인 만큼 소아·청소년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남성 난임 확률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HPV의 남아 백신 무료 접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해외에선 다수 국가가 남녀 모두에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 지난 4월 기준 HPV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시행하는 172개국 중 절반가량인 85개국이 남녀 접종을 지원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38개국 중에선 33개국이 여성과 함께 남성이 HPV 백신을 접종하도록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으로 도입했다. 그 중 28개국은 HPV 9가 백신으로 예방 중이다. 한국과 멕시코, 코스타리카만 2가와 4가 백신을 여자 청소년에게만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