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네카오까지 손실"…국장 떠나는 2030 개미들, 이유 물었더니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9.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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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내 주식에 투자하지 않나요, 2030 투자자에게 물어보니...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왜 국내 주식에 투자하지 않나요, 2030 투자자에게 물어보니...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지금까지 잃은 게 너무 많아요. 국내 대표주인 삼성전자도 주가가 너무 부진하니 투자로 돈을 버는 게 너무 어렵다고 느껴져요. 장기 투자인데도 손실은 늘어가고, 묶인 돈 빼지도 못하고. 미국 주식은 등락 폭이 크기는 해도 확실하게 수익이 나니까요."

코로나19(COVID-19) 시기 주식 투자에 입문한 직장인 A씨(31)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A씨는 국민주인 삼성전자 (59,300원 ▼1,000 -1.66%), 네이버(NAVER (172,300원 ▲6,100 +3.67%)), 카카오 (37,400원 ▲400 +1.08%)를 모두 보유했다. 세 종목에서 모두 손실을 본 그는 "국내 주식을 추가 매수할 생각은 없지만 미국 주식은 꾸준히 모은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불확실성 등으로 개인 투자자마저 등을 돌리자 증시 거래대금은 내려앉았다. 본지가 만난 20대~30대 투자자 5명은 "국내 주식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어 투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은 지난달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코스피와 코스닥 일일 거래대금은 각각 7조4544억원, 5조3692억원을 기록했다. 양시장 모두 눈에 띄게 거래가 줄었는데, 특히 코스피는 지난 1월 기록했던 연중 최저치(6조7636억원)에 근접한 금액이었다.



젊은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큰 수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로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공무원인 개인 투자자 C씨(33)는 "국내 주식에 꽤 오래 투자했지만 수익을 본 적이 없다"라며 "지금 넣어둔 주식을 당장 팔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추가 매수할 생각은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국내 상장사가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치리라는 믿음이 없어서라는 답변도 있었다. 금융기관에 재직 중인 개인 투자자 B씨(27)는 "회사가치가 주가 상승과 이어진다는 공식에 대한 믿음이 없다"라며 "국내 상장사들이 쪼개기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하는 걸 보면서 미국 주식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투세를 의식했다는 투자자도 있었다. 공무원인 개인 투자자 D씨(34)는 "금투세가 어떻게 시행될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주식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국내 주식으로 돈을 벌기도 힘들지만 세금 부담이 해외 주식과 똑같아지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는 밸류업 수혜주나 주주환원이 활발한 종목에 대해서는 나중에라도 투자를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B씨는 "국내 주식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업종은 은행"이라며 "국내 주식 가운데 꾸준히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종목이나 주주환원정책을 펴는 종목은 예적금처럼 가지고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의 이탈과 거래대금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 금투세를 꼽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인데 금투세에 대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금투세의 영향으로 한국 증시의 거래대금도 줄고 있고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졌다"라고 봤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도 "국내 주식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데다 금투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는 세금이 있어도 반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국내 주식은 세금까지 하면 투자 매력이 더 없어진다. 비포장도로와 고속도로에서 모두 통행세를 받는다면 비포장도로로 달릴 이유가 없어진다. 지금의 금투세는 돈을 벌 수 있게 해놓지도 않고 세금부터 걷겠다는 것"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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