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증가한 가운데 19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물류 관계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0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택배 물류 물동량 통계 등을 분석해 반품 처리 비용을 추정한 결과 지난해만 약 4조5000억원 이상 소요된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의 반품 비용 산출 공식을 역산하면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에서 약 9억3500만개의 반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반품 비용은 4조6700억원대로 추정된다. 쿠팡의 와우 회원 1400만명 기준으로는 2조2000억원대 반품 처리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반품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2018년 업계 첫 무료 반품 서비스를 도입한 쿠팡이 소비자에게 반품 비용을 청구하는 오픈마켓에 주력하는 업체보다 반품률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품목별로는 의류, 신발 등 패션잡화 반품률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발, 의류 제품군은 반품률이 30% 이상인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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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 물량이 늘어날수록 이커머스 업체의 비용 부담은 커진다. 추가 물류비가 투입될 뿐만 아니라 재입고된 상품을 다시 판매하기 위한 검수 및 양품화 비용까지 더해져서다. 현재 반품 처리에 따른 비용은 재무제표상 판매관리비에 반영되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특성상 언제까지 영업손실을 떠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최근 국내 이커머스 매출 증가세를 고려하면 연간 국내 택배 물동량은 이미 50억건을 넘어섰다"며 "쿠팡과 네이버 외에도 무료 반품 서비스를 시행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반품 규모와 처리 비용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무료야" 입어 보고 반품…수거한 '그 물건' 처리는 어떻게
쿠팡 반품마켓 메인 화면 갈무리.
고객이 반품 요청한 상품은 어떻게 처리될까.
쿠팡은 고객이 반품한 제품을 배송 직원이 수거해 수도권에 위치한 반품 전용 물류센터로 옮긴다. 회수한 상품은 전담 직원이 직접 검수해서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외부 포장에 경미한 손상만 있는 새 상품은 '미개봉', 상품을 개봉했지만, 사용감이 없는 제품은 '최상', 상품 개봉 후 사용해 작은 흠집이 있지만 정상 제품이라면 '상', 상품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작은 흠집이 있거나 일부 구성품이 누락됐거나 교체 가능성이 있다면 '중'으로 판단한다.
쿠팡에는 반품 제품을 재판매하는 '반품 마켓' 코너가 따로 있다. 가전, 의류, 신발, 생활용품. 액세서리 등 제품별로 세부 등급이 표기돼 있다. 할인율은 제품 상태, 반입 시점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새 상품과 거의 동일한 상태인 경우 10% 내외의 할인율이 적용되고, '중' 등급 제품 중 재고 소진 처리 기간이 길어진 경우 80~90% 할인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반품 마켓도 일반 상품과 동일하게 로켓배송과 30일 이내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상거래법상 반품 허용 기간(통상 7일)보다 완화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쿠팡처럼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쇼핑 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제품 처리 절차를 거친다. 각 사별로 자체 검수 시스템을 운영해 최대한 재판매가 가능한 상품을 걸러낸다. 이 과정에서 실제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물류비 이상 투입되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품 택배비, 검수 후 양품화 비용 등을 고려하면 반품 1건당 약 8000원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1만원 이하 저가 상품의 환불 요구 시 별도 회수 절차 없이 소비자 폐기 요청과 함께 환불 조치하는 것도 결국 비용 문제 때문이다. 회수 비용이 제품 판매 이익보다 크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보다 자금력이 월등한 알리도 막대한 영업손실을 야기하는 '무제한 환불' 정책은 지양하는 추세다. 최근 초저가 제품을 제외한 일반 상품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와 '반품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반품 요청이 들어오면 AI 시스템이 "50% 할인 혜택을 제공할 테니 구매한 제품을 그냥 사용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소비자 의향을 묻는 식이다.
동남아 시장 1위 이커머스 쇼피는 최근 국내 시장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는데 반품으로 환불 처리된 상품 가격의 50%를 판매자에게 정산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분산한다. G마켓, 11번가 등 제3판매자의 오픈마켓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은 소비자가 단순 변심으로 반품을 청구하면 관련 택배비를 청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