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삼성SDI, 편광필름 사업 1.1조에 매각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4.09.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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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삼성SDI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삼성SDI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가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기업에 매각한다. 이를 통해 마련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차세대 소재 개발에 투입한다. 이미 중국 업계 대비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편광필름 사업 대신 앞으로 수익성 제고가 가능한 핵심 사업에 보다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10일 이사회를 통해 편광필름 사업을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이하 우시헝신)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양도 금액은 1조1210억원으로 양도 대상은 청주와 수원사업장 편광필름 제조·판매 등 사업 일체와 중국 우시법인 지분(100%) 전량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 결의와 계약 체결이 완료됐으며 관계당국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거래가 종결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수회사인 우시헝신은 'NY 캐피탈'과 HMO의 합자회사다. 2016년 설립된 NY 캐피탈은 디스플레이, 스마트 자동차, 반도체 등 분야에서 40여 개 관계사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HMO는 NY 캐피탈 산하 관계사로 2014년 설립돼 편광필름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주로 LCD 소재로 사용되는 편광필름은 그동안 꾸준히 중국의 저가공세에 시달린 사업이다. LG화학이 지난해 IT필름(편광판과 편광판 소재) 사업 설비를 약 1조1000억원에 중국 기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중국의 물량 공세 탓에 수익성이 떨어진 때문이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에서 손을 뗀 점도 삼성SDI의 편광필름 사업 매각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편광필름 사업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차세대 소재 개발의 지렛대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자재료사업 분야에서 반도체·OLED·배터리 등 차세대 소재 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을 극복해야 하는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 같은 지속적인 투자로 배터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앞서 "전고체 배터리의 사업화를 본격 추진해 차세대 제품과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국내 업계에서 가장 빠른 2027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어진다는 점도 이번 매각의 배경 중 하나로 본다. 삼성SDI는 최근 GM(제너럴모터스)과 약 4조7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현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스텔란티스와도 미국 합작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보다 50% 이상 증가한 약 6조5000억원으로 설정한 상태다. 예정된 설비투자와 차세대 소재 개발을 동시 진행하려면 실탄 여력이 확보돼야 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의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며 "시장을 선도할 미래기술 확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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