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계모 임모씨. /사진=뉴스1
같은 날 임씨의 학대 행위를 방조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강요, 상해)로 기소된 친아버지 김모씨는 징역 4년을 받았다.
심지어 임씨는 김씨의 큰딸인 11살 B양에게 "네가 동생을 죽였다고 하라"며 허위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컷 /사진=영화 '어린 의뢰인'
계모 임씨는 A양이 평소 상담받던 지역아동센터에 "아이가 그만 병으로 숨졌는데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하느냐"고 문의했다. 평소 임씨의 언행을 수상하게 여기던 센터의 사회복지사는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고, 부검을 통해 A양이 내부 장기 파열로 숨진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초기 조사 단계까지만 해도 A양을 직접적으로 살해한 사람은 언니인 B양으로 알려졌다. 당시 11살이었던 B양이 "동생에게 인형을 뺏기기 싫어 주먹으로 다섯번 치고 발로 한번 찼더니 동생이 죽었다"고 자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1살 여자아이가 가한 폭행이라고 하기에 A양의 몸에 난 상처는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팔은 관절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기형이 된 상태였으며 턱과 머리에서는 심한 상처로 봉합 수술을 한 흔적까지 발견됐다.
자매의 고모는 이를 부인했다. 주변 이웃들도 임씨가 자매를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임씨를 추궁했고, 임씨는 "A양이 B양과 싸워서 한 번 쳤다"고 인정했다.
B양, 가정 폭력 피해자였다…친부도 범행 가담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머니투데이 DB
임씨는 B양에게 말을 듣지 않는다며 세탁기에 가둬 돌리고 배설물이 묻은 휴지를 먹게 했으며 욕조에 가둬 물고문을 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임씨가 B양에게 자신과 동생 A양이 사촌오빠에게 성폭행당했다고 말하라고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B양은 "새엄마가 '돈이 필요하니 사촌오빠에게 성폭행당했고, 동생도 당하는 것을 봤다고 말하라'고 시켰다"고 고백했다.
자매의 친아버지 김씨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B양은 임씨가 거짓 진술을 강요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친아버지가 동생이 숨져가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놓고 이를 보여줬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살인죄 적용해 달라" 변호인 주장…검찰 거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머니투데이 DB
변호인은 계모 임씨의 폭행으로 숨진 의붓딸이 생명의 위협을 받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이틀 동안 방치해 결국 숨지게 한 행위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폭행으로 사경을 헤맨 의붓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임씨의 부작위는 살인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변호인에 따르면 당시 검찰 측은 '사건 자체를 살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살인죄로 공소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015년 9월 10일, 임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15년, 징역 4년이 확정됐다.
B양 "미술 심리 치료로 아동학대 피해자들에 도움 되고파"
B양이 SM그룹 우오현 회장에게 쓴 감사 편지 /사진=뉴시스
B양은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었던 고모에게 입양됐고, 미술에 재능을 보여 2019년 미술전을 열기도 했다. B양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미술 심리 치료를 공부하여 자신과 같은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컷 /사진=영화 '어린 의뢰인'
극 중 계모 역을 맡은 배우 유선은 "촬영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무거워졌고, 직접적인 가해를 하는 장면에선 잠도 안 왔다"면서도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 현실과 마주하고 현실을 인식해야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기회가 주어진다. 피하면 변화될 수 없다. 모든 일의 시작은 문제의식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실제로 칠곡 계모 사건을 계기로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돼 아동학대 사범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또 정부와 지자체의 아동학대 사건 조기 개입 근거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