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손익 현황/그래픽=이지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에 따라 대형 저축은행마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수준으로 내몰리면서 저축은행 위기설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PF 부실 규모는 4조원대로 올 상반기 38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이 등급 취소를 자진 요청한 이유는 추가적인 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소재 대형 저축은행인 페퍼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기준 6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300억원대 적자에 이어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사업성평가에 따라 지난 6월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9. 2%대로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BIS(국제결제은행) 자본비율도 11%대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11%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자본확충도 했다.
확산하는 저축은행 위기설..7곳 경영실태평가로 적기시정 조치 가능성수도권 대형 저축은행이 투기등급 가능성에 등급 취소를 요청하면서 저축은행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3개 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실태평가를 마친데 이어 추가로 4곳에 대해 경영실태평가를 진행 중이다.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적기시정 조치가 부과될 수도 있다. 경영실태평가 대상인 7곳이 적기시정조치 대상 리스트에 올라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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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이 신평사에서 신용등급을 받는 이유는 은행 창구에서 퇴직연금을 팔기 위해서다. 투기등급 저축은행은 퇴직연금 상품에서 제외되며 등급이 아예 없는 곳도 퇴직연금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진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미 은행 퇴직연금 조달을 많이 줄여와 등급이 제외된다고 곧바로 유동성 문제가 악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대폭 올라기고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어 추가적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곳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등급 하락에 따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축은행 업권은 올 상반기 38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 4조5000억원 규모의 부실(유의, 부실우려 사업장)이 발생해 1조6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 규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저축은행 대형화가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서울 업권 규제 완화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