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국 응급실에 KTAS를 도입하는 데 공을 세운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하지만 그는 "KTAS 4·5등급으로 경증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데 악용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사진제공=부산대병원
KTAS(케이타스·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 4·5급에 해당하면 경증 환자로 분류하겠단 건데, 등급을 기계적으로 나눌 수 있는 의학적 지표가 없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지적이다. 특히 KTAS의 국내 도입을 이끈 의대 교수마저 '엉터리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에 KTAS가 도입된 건 2016년이다. 2012년 캐나다 응급환자 분류도구인 CTAS(씨타스)를 우리나라 의료상황에 맞게 변형한 것인데, CTAS는 응급실 간호사가 '빨리 볼 환자', '좀 천천히 봐도 되는 환자'를 1차로 가려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까지의 시간을 환자 상태별 조정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이 원리를 적용한 KTAS를 정부가 원래 취지와 달리, 아무 데나 갖다 쓰려 한다"며 "환자 스스로 경증인지 중증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응급실에 와서야 의료진 판단으로 알 수 있는데, 현재 정부 정책대로라면 어쩔 수 없이 응급실에 온 환자가 진료비를 왕창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TAS 4·5등급으로 분류돼 돈(본인부담금)을 왕창 매기면, 돈 없는 사람은 '나 이제 응급실 못 가겠다' 이런 식이 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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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환자 본인이 전화해서 (경·중증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픈 정도와 상관없이 '의식이 있다'면 모두 경증이라는 주장이다. 박 차관은 "중증은 거의 의식 불명이거나 본인이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의 경우"라며 "그렇지 않고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난다면 경증"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석주 교수는 "초응급인 심근경색 환자도 응급이지만 쓰러지기 전까지 의식이 있다"며 "'의식이 있다면 경증'이라는 박 차관의 말은 엉터리"라고 날을 세웠다.
조석주 교수가 제안한 한국 응급의료체계의 개선 방향. /그림제공=조석주 교수
조 교수는 "전혀 의학적 근거도 없는 KTAS로 경중을 매기려는 건 엉터리"라며 "특히 KTAS 3등급과 4등급 간 구분이 굉장히 어려운데, 4등급으로 구분돼 진료비를 왕창 내게 되면 억울해하는 환자가 생겨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는 한국 응급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내원수단에 따라 경중을 구분하고,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흐름을 조정하는 체계(※그림 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환자가 스스로 응급실에 가야겠다고 결정하는 단계→ ②환자의 전화를 받은 사람(예전의 1339센터)이 응급상태를 파악해 어느 응급실로 가야 할지, 실제로 당장 구급차 불러주거나, 아니면 내일 외래진료를 가는 게 더 나을지 판단해주는 단계→ ③구급대원이 갈 병원을 선정해 환자를 이송하는 단계가 원활히 이뤄지는 체계를 그는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