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블라니아 TFH CEO / 사진제공=월드코인, TFH
월드코인 초기 개발을 주도하고 월드앱을 통해 월드ID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툴스 포 휴머니티'(TFH)가 국내에서 첫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TFH의 알렉스 블라니아(Alex Blania) CEO(최고경영자)는 3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래 인터넷 환경에서는 사람과 AI를 구분하고 AI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이미 4년 반 전에 샘 올트만(Sam Altman) 오픈AI 설립자와 뜻을 모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월드코인은 샘 올트먼 오픈AI 설립자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월드코인은 출시된 지 1년여만에 전 세계 160여개국에서 650만명에게 월드ID를 발급했다.
그는 "챗GPT 이후 AI 시스템은 더욱 스마트해지고 있다"며 "지금은 질문이나 명령어에 즉각 답하거나 빠르게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수준에 그치지만 나중에는 AI가 자체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월드코인 측이 인간 여부를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 도입한 것이 바로 홍채 스캐닝이다. 지문이나 안면인식과 같은 형태의 생체정보는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를 초래하는 등 문제가 많다. 이에 비해 홍채는 이용자 수가 수십 억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더라도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운용될 수 있다는 게 TFH의 설명이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인간 여부 증명을 위해 홍채를 제대로 스캔하기 위해서는 적외선 기반 촬영 기능과 맞춤형 렌즈 등을 갖춘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하다. 월드코인이 구형 홍채 스캔 장비인 '오브'(Orb)를 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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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니아 CEO는 "우리의 (오브 제작 관련) 기술은 오픈소스로 제공돼 있기 때문에 단말기 제조사들이 이를 이용해 더 작고 효율적으로 홍채 스캔 기능을 갖춘 카메라나 단말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우리 기술이 글로벌 표준화되지 않았기에 자체적으로 오브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월드코인 홍채 스캔용 오브가 서울 용산·강남 등 9곳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그는 "아직은 전 세계 160여개국에서 600여만명 정도만 (홍채 스캔 등을 거쳐) 월드ID를 발급받은 정도이기 때문에 유스케이스(사용 사례)가 많지 않다"며 "현재는 게임사 일부와 암호화폐(가상자산) 쪽으로만 쓰이고 있지만 향후에는 X나 메타 등 SNS에서 본인 인증 수단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월드코인 개발사 TFH가 홍채 정보 스캔을 위해 자체 제작한 구형 홍채 스캔 장비인 오브(Orb). 여기에는 홍채 정보 스캔을 위한 적외선 촬영장비와 맞춤형 렌즈 등이 쓰였다. / 사진=황국상 기자
앞서 올트먼은 월드코인을 기본소득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언급한 바 있다. AI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보상하는 수단으로 월드코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ID와 월드코인이 단지 온라인 공간에서의 본인인증을 넘어 소득보전 및 화폐 등 용도로까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까지 이같은 비전을 구현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니아 CEO는 "일단은 월드아이디 사용자 수를 5000만명, 1억명까지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월드ID와 월드코인 사용자 수가 유의미하게 확장된 후에서야 월드코인의 활용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월드코인의 개인정보보호 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해외로 전송하는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밟지 않았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12개국이 월드코인 사용을 금지하거나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월드코인 측은 "개인정보 규제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는 4일 별도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이날 간담회에서는 언급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