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스마트 양로산업, 연평균 43%의 급성장세

머니투데이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24.09.0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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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중국에선 '스마트양로(智慧養老)산업'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마트양로'란 재택노인이나 양로시설 또는 노인 커뮤니티를 위해 디지털플랫폼·인프라를 기초로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등 첨단 디지털·IT(정보기술)를 활용하는 각종 양로서비스를 말한다. 최근엔 건강한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늘면서 재택돌봄 서비스, 원격의료뿐 아니라 건진(健進) 헬스케어, 보험·연금 등 금융서비스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산업정보망에 의하면 중국의 스마트양로산업 규모는 2020년 1조6000억위안(약 300조원)에서 2023년 4조7000억위안(약 884조원·추정)으로 확대됐다, 연평균 43%의 급성장세다.

급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중국의 '4-2-1' 세대구조를 꼽는다. 중국은 40여년간 1가구1자녀 정책을 시행해 한 가정에 4명의 친·외가조부모, 2명의 부모, 1명의 자녀가 있는 세대구조가 됐다. 따라서 자녀 1명이 6명의 노인을 봉양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노인들을 모두 양로시설에 모실 수도 없다. 그 결과 해결책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게 스마트양로다. 스마트양로는 버튼 하나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콩차오 라오런(空巢老人)에게 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콩차오 라오런이란 '빈집의 노인'이란 뜻으로 노부부 또는 독거노인만이 사는 경우다. 현재 고령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둘째, 양로인력 부족도 하나의 요인이다. 2023년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거의 3억명으로 총인구의 21.2%다. 2018년의 2억2000만명 대비 연평균 6% 늘어났다. 하지만 양로인력은 중노동과 저임금 등 때문에 그다지 늘지 않아 여전히 30여만명 수준이다. 수요자 대비 230만명이나 대폭 부족하다는 게 시장 의견이다. 중국의 '4대1 양로(養老)' 기준(1인의 양로인력이 4인의 노인을 돌봄)에 따르면 920만명의 돌봄 대상 노인이 방치돼 있는 셈이다. 셋째,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스마트양로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2021년 10월에는 공업정보화부와 민정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스마트양로산업 발전계획(2021~2025년)', 2022년 3월엔 국무원의 '양로서비스 시장개방 및 질적 향상에 대한 의견', 지난 7월 20기 3중전회에선 양로보험과 함께 스마트양로시스템의 구축강화가 제안됐다. 다소 결은 다르지만 스마트양로산업 육성을 통해 중국 정부가 노인층 소비를 적극 발굴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노인층 저축률이 가계저축 전체의 59%를 차지할 정도로 잠재구매력이 높다는 조사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서비스의 인기가 높나. 노인층은 젊은층보다 더 쉬운 조작과 사용자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신체의 불편함을 도와주는 기능이 탑재된, 예컨대 약한 시력을 위한 와이드스크린 제공, 기억력이 떨어지므로 제때 알려주는 음성알림 등이 중요하다. 전망산업연구원(前瞻産業硏究院)은 전동시스템을 갖춘 유웰의 '스마트휠체어', 헬스·수면·식단 등의 건강관리가 가능한 화웨이의 '노인용 스마트워치', 손떨림을 제어하는 겐노의 '스마트숟가락', 메이안의 '스마트비상버튼' 등을 중국 시니어들이 선택한 인기품목으로 선정했다.



스마트양로 수요증가에 따라 관련 기업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1년 기준 5300곳이던 스마트양로기업이 2023년엔 1만여곳(추정)에 달해 연 40%씩 성장하고 있다. 관련 제품·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도 늘고 있다. 시장점유율 80%의 압도적 지위를 갖는 베이징스지에쟈퉁정보기술을 비롯해 광시진중소프트웨어그룹과 수저우신다오스마트과학기술이 톱3다.

중국의 스마트양로산업은 중국의 엄청난 빅데이터에 기초한 AI 경쟁력까지 가세해 더욱 가파르게 성장, 2030년엔 10조위안(약 188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고령화가 가파른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업계와 정책당국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더욱 분발해주기를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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