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1년 가능한데…'서울대 딥페이크' 공범, 5년형 '반토막', 왜?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4.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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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딥페이크)로 제작된 허위 음란영상물이 SNS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관계자가 관련 내용이 담긴 배너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상담(365일)과 피해촬영물에 대한 삭제를 지원하고, 수사 및 무료법률지원 연계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4.8.28/뉴스1  Copyright (C)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딥페이크)로 제작된 허위 음란영상물이 SNS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관계자가 관련 내용이 담긴 배너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상담(365일)과 피해촬영물에 대한 삭제를 지원하고, 수사 및 무료법률지원 연계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4.8.28/뉴스1 Copyright (C)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가 전국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딥페이크 영상물 소지자와 시청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범죄, 특히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나체 사진 또는 영상을 합성하는 범죄가 성범죄로 처벌될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국회는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2020년 6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제14조의 2를 개정했다. 이른바 '딥페이크 처벌법'이다. 가해자들은 이 법안이 생기기 전까지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음란물 유포죄 등으로 낮은 처벌을 받았다.



딥페이크 처벌법 시행 이후 허위 영상물을 반포할 목적으로 편집·합성, 가공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됐다. 특히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유포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됐다.

법정 최고형은 징역 11년3개월인데…
하지만 딥페이크 성범죄자들을 처벌할 양형 기준은 법정형에 크게 못 미친다. 양형 기준은 판사가 피고인의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으로 판결시 준수율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0년 12월7일 딥페이크 영상물을 이용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확정했다.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 착취물 제작 및 반포 시 기본 6월에서 최대 1년6월까지 선고하게 돼 있다. 영리 목적 반포의 경우에도 최대 4년이다. 불법 촬영물 등 실제 성 착취물 반포가 기본 1년에서 2년6월, 영리 목적 반포의 경우 최대 8년인 것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실제 28일 법원은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공범인 박모(28)씨에게 적용된 성폭력처벌법상 상습허위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법률상 박씨에게 경합법가중을 적용해 최대 11년3개월(7년6개월x1.5배)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었다. 상습이 붙으면 형량이 5년에서 7년6개월로 1.5배 늘어나고, 불법 촬영 혐의까지 가중되면 형량이 또 1.5배까지 늘어나는 식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라 박씨에게 적용 가능한 권고형의 상한은 6년5개월 15일로 절반 수준이다. 또 박씨가 반성하고 있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전과가 없다는 점 등 유리한 정상 요소들이 형량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법률상 최대 형량보다는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 형량을 결정한 것이다.

이날 선고 직후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민아 변호사는 "구형은 징역 10년이었는데 많이 깎인 부분이 있지만, 선고 내용 중 이런 성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참고해줬다"며 "최근 유사한 범죄가 빈발하고 있어 지속해서 이러한 양형 사유가 반영되는 선고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신동환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딥페이크로 기술로 편집된 허위영상물은 대상자의 신체에 대한 실제 촬영행위가 없었다는 점에서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보다 법정형이 낮게 정해져 있다"며 "그러나 허위영상물 등의 경우도 피해자의 인격과 사생활을 파괴하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촬영이 이루어진 영상물의 반포로 인한 범죄에 못지 않게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또한 허위영상물의 경우는 '반포등을 할 목적으로' 영상물을 제작한 경우에만 처벌이 되는데(반면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그러한 목적없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촬영만 이루어져도 성립), 반포할 목적없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한 경우에도 해당 영상물이 유출된 경우에는 피해자에게는 동일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점에서 허위영상물 제작에 대한 법정형 및 양형기준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준해 상향하는 방향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현행법, 딥페이크 영상물 시청·소지자 처벌 불가능
또한 딥페이크 처벌법으로 영상물을 단순 시청 또는 소지한 자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는 등 여러 사각지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성폭력처벌법의 경우 반포 목적 등을 요구하고 있어 배포할 목적이 없는 합성 및 제작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며 "피해영상물의 사적인 소지, 구입, 저장, 시청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규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성폭법 제14조2의 1항은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신체 또는 얼굴을 합성한 영상물을 편집·합성한 자"로 규정한다. 특히 반포 목적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적발하더라도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이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은 처벌수위가 높지만 아동·청소년이 아닌 성인 여성에 대한 착취물에 대해 적용되지 않고, 정보통신망법은 음란한 영상, 음향 등을 규제하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약하다"며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의 제작 및 배포 등에 관해 입법 공백을 보완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회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법안을 쏟아내는 이유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재선 김한규 의원은 딥페이크 성범죄물 소지·저장·시청한 사람을 징역 1년 이하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황명선 민주당 의원도 3년 이하 징역·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담긴 개정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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