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스타트업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2024.08.2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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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처서가 지났지만 폭염은 여전하다. 기상관측 이래 최초 기록이 속출하지만 새삼스럽지 않고 앞으로에 비하면 올해가 가장 시원할 것이라는 자조적인 농담도 공감이 간다. 미증유의 날씨와 이로 인한 국민건강과 국가경제의 피해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지만 현실로 나타난 기후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엔 관심이 낮은 것이 아쉽다.

알다시피 지금의 기후위기는 인류가 순응해야 할 자연적 변화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인위적 위기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도 높아졌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억제로 최후의 방어선을 제시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임계치에 가까워졌다. 인류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가량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해야 한다. 현재의 추세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보호기금(EDF)에 따르면 현재 기술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은 2050년 글로벌 총 예상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후테크'의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이 있어야 한다.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는 혁신기업인 스타트업이 이 영역에서 더 많이 나오고 더 크게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2021년 이후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감소 추세에도 기후테크엔 투자가 증가한 이유다.

탄소중립은 국가별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기도 하기에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은 주요국의 정책적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2022년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세제혜택과 보조금 등으로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환경을 조성 중이며 유럽(EU) 역시 '그린딜산업계획'을 통해 유사한 정책을 추진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역시 앞다퉈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및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의 장밋빛 미래보다 어두운 전망이 커지는 듯하다.



기후테크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기술이다. 탄소경제는 데이터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경제이기도 하다. 탄소감축 및 중립을 위해서는 모든 생산과 소비영역에서 탄소가 측정·관리될 수 있어야 하고 거래까지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경제의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AI가 탄소중립과 반대의 길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초거대·범용 AI는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빅테크의 탄소배출량은 최근 급증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은 450TWh인데 2년 안에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후테크에 AI 활용이 필수겠지만 AI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기술연구 역시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기후테크산업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규제다. 탄소중립이라는 정책적 목표는 시장의 경제논리에 앞서 규제가 시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산업을 성장시켰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경제성이 좋아지기까지 수십 년의 정책지원이 필요했던 것이 대표적 예시다. 최근 미국이 야심차게 시행한 IRA는 시행 첫해 지나치게 엄격한 세제기준 등으로 인해 지원프로그램의 40%가 연기 또는 중단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수소·바이오연료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2022년 대비 90% 가까이 하락했다. 이처럼 규제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후테크 사업모델의 60%가 규제에 저촉되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스타트업이 기후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스타트업의 본질은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에 도전하고 대다수가 실패해도 소수가 살아남아 크게 성장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크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을 응원한다.( 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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