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인허가·착공 '뚝'…'공급 절벽' 찾아온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4.08.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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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빌라는 죄가 없다]②상반기 비아파트 인허가 1만8332가구…전년대비 35.8%↓

편집자주 비(非)아파트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전세사기로 촉발된 '빌라 포비아'에 공급과 수요가 뚝 끊겼다. 수요가 쏠린 아파트 전세·매매가격은 부풀어 올랐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수요·공급 활성화에 나섰다. 빌라 포비아에 잠식된 시장과 이후 대책을 짚어봤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빌라가 보이고 있다. 정부는 비 아파트 수요와 공급 확대를 위해 신축빌라, 오피스텔 등을 추가로 구입한 다주택자에 대해 '1가구 1주택' 특례를 주는 방안인 주택공급대책을 이르면 이번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2024.08.05.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빌라가 보이고 있다. 정부는 비 아파트 수요와 공급 확대를 위해 신축빌라, 오피스텔 등을 추가로 구입한 다주택자에 대해 '1가구 1주택' 특례를 주는 방안인 주택공급대책을 이르면 이번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2024.08.05. [email protected] /사진=추상철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 시장이 무너졌다. 아파트 쏠림현상이 커지면서 빌라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아예 빌라를 지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최근 1년 동안 빌라 인허가·착공 물량은 30%가량 감소했다. 신규 공급 빌라 10채 중 3~4채가 증발한 셈이다. 이 같은 공급 감소가 다시 신규 수요를 제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 주택 공급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5.3% 감소한 2만3886가구로 집계됐다.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탓이다. 6월 비아파트 인허가는 3019가구로 1년 전보다 35.8%, 전월보다는 13.3% 줄었다. 이 기간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2만867가구로 전월보다 4.3%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도 비슷하다. 누적 1만8332가구로 1년 전보다 35.8% 떨어졌다. 서울은 2000가구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면 올해 연간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당초 예상치(7만가구)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인허가를 받는 비아파트 수는 지속해서 급감했다. 코로나19(COVID-19) 이전 연간 13만가구를 넘었던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2022년 11만6612가구에서 전세사기 여파 등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5만7579가구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2017~2021년) 대비 40% 수준이다. 전체 인허가 물량 중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 아래로 내려갔다.



1~2년 후 비아파트 공급물량 더 줄어든다…상반기 착공 1년 전보다 27.8% 감소한 1만7366가구
당장 1~2년 새 공급 물량을 추정할 수 있는 비아파트 착공 실적도 크게 위축됐다. 6월 비아파트 착공은 2720가구로 전월보다 20.2%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 비아파트 착공 건수도 전년보다 27.8% 감소한 1만7366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6월 한 달 아파트 착공 실적 1만7992가구(전월 대비 29.1% 증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반기 비아파트 준공(입주)은 더 저조했다. 준공 실적은 1년 전보다 38.2% 줄어든 2만2363가구로 집계됐다.

비아파트 공급 절벽이 우려되는 더 큰 이유는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 포비아'(공포증)라고 할 만큼 비아파트는 기피하고 아파트를 선호하는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비아파트를 매매하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6월 한 달간 비아파트 거래량은 1만2460건으로, 최근 5년간 6월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48.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데 비아파트 시장은 수요·공급이 모두 쪼그라드는 시장 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비아파트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자들도 안 짓는 측면이 크다"며 "정부 공급대책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공급대책으로 서울·수도권 재개발 지역 비아파트는 공급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전체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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