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홈피에 금융위원장 사진도…미신고 해외 코인거래소, 절반 불법영업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4.08.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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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TCC 홈페이지 캡처사진=BTCC 홈페이지 캡처


불법 국내영업 혐의를 받은 해외 코인거래소 가운데 절반이 정부의 처벌 경고를 무시하고 영업중이다. 국내에선 금지된 선물(Futures) 상품까지 한국어 홈페이지에 띄우고 고객을 유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거래소의 국내 영업 강행을 막을 차단·수사망이 무력화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머니투데이가 금융위원회 산하 FIU(금융정보분석원의)의 2022년8월 미신고 불법영업행위 관련 발표자료에 명시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6개사를 분석한 결과 현재 8곳이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의 한국어 홈페이지 제공은 국내 영업을 하는 증거로 간주된다. FIU가 문제시한 업체들은 VASP(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절차를 밟아야 국내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10곳의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는 FIU가 처벌·차단 의사를 밝힌 2022년8월 이후에도 VASP 신고 없이 홈페이지상에서 코인 선물 메뉴가 구비된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세계 최장수 가상자산거래소로 꼽히는 BTCC의 경우 2022년8월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올해 7월 퇴임)이 가상자산 업법권 정부안을 추진한다는 소식까지 사진과 함께 한국어 홈페이지에 노출했다. BTCC 홈페이지 상엔 선물 거래 메뉴 뿐 아니라 원화 입금 기능까지 마련돼 있다. 선물거래의 경우 VASP 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국내에서 취급이 금지돼 있다. 원화 입금의 경우 국내 VASP 가운데 은행권과 협의를 거쳐 선보인 거래소가 4곳에 불과하다.



BTCC는 SNS(소설미디어)상의 한국어 고객지원 채널에서 머니투데이로부터 한국어 서비스, 선물거래 등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규제 준수 방안을 모색 중이며,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회사에 피드백을 드리고 명확한 답변이 확인되는대로 다시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쿠코인 △멕스씨(MEXC) △엑스티닷컴 △비트루 △코인더블유 △코인엑스 △주멕스가 한국어 홈페이지상에서 코인 선물 메뉴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크립토젬을 발견하세요"(쿠코인) "최저 수수료 최고 수익"(MEXC) 등 홈페이지상의 한국어 홍보도 등장했다.

FIU는 2022년8월 미신고 사업자를 막기 위해 국내 접속 차단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하고 16개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위반을 수사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사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차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 당국자는 미신고 해외 거래소의 국내 영업을 막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해외 소재 업체 등이어서 수사가 어려운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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