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사람의 적혈구는 지름이 7~8㎛(micrometer·1㎛는 1000분의1㎜)로 모세혈관을 겨우 빠져나갈 정도고 모든 포유류의 적혈구가 그렇듯이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도넛(doughnut) 꼴을 한다. 적혈구가 골수(骨髓)에서 만들어질 때는 핵(核)이 있었으나 세포가 성숙하면서 핵을 잃어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들어찬다. 그래서 적혈구는 핵(DNA)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도 없는 특이한 세포다.
심장을 떠난 피가 온몸에 산소를 전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는 약 23초가 걸린다. 그래서 적혈구 한 톨이 평생 144㎞를 돌아다닌 셈이요, 몸에 있는 전체 적혈구를 이어 줄을 세워보면 그 길이가 무려 17만㎞며 총면적은 3200㎢에 달한다. 적혈구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피는 왜 붉을까. 적혈구(Red Blood Cell, R.B.C)는 '붉은 피톨' 또는 '붉은 세포'라고 부르는데 적혈구에 든 색소단백질인 헤모글로빈엔 헴(heme)과 철(Fe) 원소가 들어 있어 여러 산소 분자를 달라 붙인다. 한 사람의 몸엔 4g 정도의 철분이 있는데 이 중 60%는 헤모글로빈에 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피가 붉은 것은 헴의 철분이 산화된 붉은 산화철(酸化鐵, iron oxide) 때문이다. 동물의 헤모글로빈에는 산소가 붙었다(포화, 飽和) 떨어졌다(해리, 解離)를 거듭하지만 쇠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늙음은 한 마디로 일종의 녹슮이다.
적혈구가 하는 일은 산소 운반에 있다고 했다. 산소는 물에 녹으므로 피에도 녹아들 수 있다지만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은 물보다 60~65배 더 많이(쉽게) 산소와 결합할 수 있고 세포에서 대사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도 운반한다. 또 그것은 산소보다 일산화탄소와 결합하는 힘이 250배나 더 강하다. 따라서 일산화탄소가 적혈구에 쉽게 달라붙어버려 산소가 부족하게 되니 그것이 연탄가스 중독이요 도시가스 중독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적혈구는 큰 뼈다귀인 두개골, 척추, 늑골, 골반, 팔다리뼈 따위에서 만들어지고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120일간 운반하고 나면 간과 지라에서 죽어 파괴되고 만다. 싱싱하고 새빨갛던 적혈구도 죽어서 똥오줌을 누렇게 물들이는 싯누런 빌리루빈(bilirubin)으로 바뀐다. 또 빌리루빈이 창자로 흘러들지 못하거나 콩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으면 무서운 황달(黃疸)이 된다.(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