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F&B 프랜차이즈는 상장하기 어려울까

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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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쪼끼쪼끼'로 알려진 태창파로스는 2007년 외식 프랜차이즈 최초로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진입했으나,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건, 경영권 분쟁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다 2015년 퇴출됐다. 2008년에는 할리스에프앤비가 우회상장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최대주주를 내주고 주식시장에서 철수했다. 2009년에는 '미스터피자'를 운영한 대산F&B가 반도체 장비업체와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했으나, 경비원 폭행사건을 비롯해 횡령·배임, 가맹점 갑질 논란 등 각종 오너리스크가 터지면서 거래정지가 되었으며, 상장폐지 상황을 맞고 있다.

2016년에는 '맘스터치'로 알려진 해마로푸드서비스가 스팩합병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가, 2019년 사모펀드에 매각됐고 2022년 자진 상장폐지했다. 2017년에는 '연안식당', '마포갈매기' 등을 보유한 디딤이앤에프도 스팩을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했으나, 지속적인 적자와 경영권 분쟁, 위조 전환사채 유통 사건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지난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으며,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2020년 11월에는 국내 치킨 1위 기업인 교촌에프앤비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드디어 외식 프랜차이즈 최초로 정상적으로 IPO를 진행하여 성공한 첫 번째 사례가 나온 것이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주식시장에서 '골칫거리'로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15년 동안 시장에 진입한 F&B 프랜차이즈는 총 6개인데, 그중 5개가 불량기업이나 스팩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였고, 단 1개 회사만 IPO를 했다. 그런데 8월 19일 현재 우회상장을 했던 5개 기업 중 3개는 사라지고 2개는 상장폐지 상황에서 거래정지 중이다. 그나마 정상거래 중인 교촌에프앤비도 4년 전 상장 초기 3만 8950원를 기록했던 최고가에 비해 현재 주가는 8460원으로 무려 78%이상 하락했으며, 공모가 기준으로도 30% 이상 떨어진 상태다. 이 밖에 커피 전문점 1위인 이디야가 2017년과 2021년에 상장을 추진하다가 접었으며, 본아이에프(본죽)는 2018년 낮은 기업가치를 이유로 포기했다. 투썸플레이스도 IPO를 검토했지만 가능성이 낮아 M&A로 방향을 바꿨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태생적으로 내수시장에 집중하는 B2C 모델이라 성장성이 타 업종에 비해 낮고, 가맹점주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고, 유행에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라는 특성이 리스크로 거론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상장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업종이라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상장기업은 기본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업구조 상 가맹점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매출을 높이려면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리거나 가맹점의 매출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매장을 많이 열게 되면 개별 가맹점의 영업권이 줄어들어 결국 가맹점 매출은 줄어들게 되고, 아무리 잘나가는 브랜드도 포화상태가 되면 더 이상 매장을 열 수 없기 때문에 성장에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매장의 매출이 늘어나려면 방문고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야 하는데, 유동인구나 매장 규모의 한계 등으로 각 매장의 매출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본사가 매출을 쉽게 늘리는 방법은 가맹점에 공급하는 제품의 단가를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본사의 매출과 이익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으나 가맹점의 피해가 커지면서 지속되기는 어렵다. 결국 가맹본사와 가맹점은 한쪽이 이익을 거두려면 반드시 상대방이 손해를 봐야만 하는 치열한 제로섬(Zero-Sum)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고물가, 고금리, 고임금, 소비위축 등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가맹점이 극히 드문 상황에서 본사가 혼자만 살겠다고 납품 가격이나 로열티를 올리면 그 결과는 뻔하다. 공멸이다.

그래서 프랜차이즈가 상장을 하게 되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매장을 계속 늘려야 하고 가맹점에 제공하는 납품가도 올려야 한다. 별다른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무거운 바위를 밀어서 가파른 언덕을 무한반복해서 올라가야 하는 시지포스(Sisyphus)와 같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이다. 교촌에프앤비도 이익을 극대화하라는 주주들의 요구로, 가맹점에 제공하는 치킨 가격을 인상하고, 가맹사업자 모집, 품질유지, 교육, 영업활동 지원 등을 담당하는 지역 가맹본부도 폐쇄하였다. 그 결과 이익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올라가기는 했으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다시 대폭 하락했다. 2014년부터 2020년 상장할 때까지 계속해서 업계 1위를 지켰으나, 2024년 현재 BHC와 BBQ에 밀려 3위까지 내려갔다. 주주들은 계속해서 주가 상승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라고 성화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이 없다. 상장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을 설정해 가맹계약서에 이를 기재해야 한다. 그래서 치킨 브랜드인 BBQ와 BHC는 5000세대당 1점포, 빽다방과 메가커피는 각각 기존 점포에서 반경 100m, 250m를 영업지역으로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영업지역 규제 때문에 프랜차이즈는 국내시장에서의 성장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해외로 진출하거나 HMR 등 간편식으로 사업영역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F&B 프랜차이즈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자가 끊임없이 진입하면서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할리스와 더본코리아가 IPO를 추진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2009년 주식시장에서 철수한 할리스는 2013년 사모펀드에 820억 원에 매각됐다. 그리고 2020년 KG그룹이 사모펀드로부터 1450억 원에 인수했다. 주인이 바뀐 할리스가 다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별로다. 영업이익은 대폭 줄었는데 회사가 기대하는 기업가치는 너무 높고, 메가커피(3038개), 이디야(3019개), 컴포즈커피(2500개), 스타벅스(1893개), 투썸플레이스(1640개), 뺵다방(1514개) 등 할리스(530개)보다 월등히 많은 가맹점을 보유한 경쟁자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기업 더본코리아도 2018년 추진했다 포기했던 IPO를 재추진하고 있다. 더본은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과는 달리 꾸준히 신규 브랜드를 내고 실적이 좋지 않은 기존 브랜드를 없애는 전략을 쓰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50개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현재 25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런 비즈니스모델은 비인기 브랜드 가맹점주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문제점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107억 원, 당기순이익 209억 원을 기록했지만, 상장 추진 중에 불거진 가맹점과의 불화로 상장예비심사가 연기되면서 상장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프랜차이즈 상장 잔혹사'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상장이 결코 성공의 종착역이 아니다. 가맹본부는 이제라도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상생을 고민해야 한다. 일단 수백만 소상공인이 살아야 한다. 그래야 프랜차이즈 회사도 살고 나라도 산다. 오늘도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소상공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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