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즙세연-장근석도 탈락시킨 좋아요-팔로워라는 목줄, '더인플루언서'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8.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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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현재의 발달한 인터넷 문화는 전통적 상호 교류를 대체하는 온라인 네트워크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이를 대표하는 소셜 네트워크(SNS)는 기존의 미디어 기능을 대신하는 강력한 소통 수단이자 정보 전달 매체로 자리잡았다. 전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이용하는 SNS 속에서 많은 이들의 팔로워(구독자)를 확보하고 빠르고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온라인 상의 유명인을 우리는 '인플루언서'라 부른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리얼리티 시리즈 '더 인플루언서'는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인플루언서 77명이 모여 자신의 파급력과 화제성을 증명하며 경쟁하는 서바이벌 게임 과정을 담고 있다. 인스타그램(Instagram), 유튜브(YouTube), 틱톡(TikTok), 아프리카TV(Afreecatv) 등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에서 많게는 천만명대의 팔로워를 보유한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들이 출연해 '생존'이라는 목표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출연자들은 시청자의 관심분야에 따라 익숙한 이들일 수도있고 낯선 인물일 수도 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는 총 77명의 참여자가 소개되면서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고 자신의 콘텐츠와 특징을 드러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중 단연 눈길을 끄는 인물은 배우 장근석이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스스로를 '병아리 인플루언서'라 지칭하는 장근석은 이번 시리즈의 MC를 겸해 출연자들과 동일선상에서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경쟁자들이 지목하는 가장 유력한 1위 후보로 꼽히며 초반부터 각종 견제를 받기도 한다.



장근석을 비롯해 최근 사생활 이슈로 화제를 모은 유명 BJ 과즙세연, 공중파 프로프램 등에서도 활동하며 유명세를 자랑하는 빠니보틀, 1세대 뷰티 인플루언서 이사배와 차홍, 역시 1세대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 배우 겸 패션인플루언서 기은세, 월드스타 BTS 멤버 제이홉의 누나이자 인스타그램 1천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정지우 등 화제성을 자랑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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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다운 수위로 파격적인 신고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디지털 광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참가자의 멘트가 이들 인플루언서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가장 적확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과감한 노출, 파격적 의상, 욕설, 어그로 등 수위 높은 방식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참가자들과 이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넷플릭스의 섭외력에 감탄할즈음 1화에서 77명 중 절반 이상을 탈락시키며 본격적 전개를 시작한다.


이들은 시작부터 구독자 수=자신의 몸값이 새겨진 전자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잔혹하고 냉정하게도 구독자수가 참가자들의 위치와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직관적 바로미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생존할 때마다 탈락자들의 몸값을 흡수하며 자신의 가치를 정량적 수치로 더해가게 된다. 첫번째 미션은 '좋아요'와 '싫어요'를 많이 받아내고, 이에 따라 생존을 결정하는 과정을 그린다. 참가자들을 자신이 가진 특기를 활용해 최대한 '좋아요'를 많이 받으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활동하는 영역에 따라 결집하거나 특정 플랫폼 인플루언서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변모해간다. 그리고 초반에 '좋아요'를 받아내기에만 집중했던 참가자들은 영향력과 화제성을 증명하는 미션의 본질을 파악하고 '싫어요' 역시 파급력을 입증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결과 다른 참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며 도발적이고 비호감스러운 멘트로 야유를 자아낸 장근석이 최다 '싫어요'를 얻으며 1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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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미션으로 다시 절반의 인원이 탈락하고 남은 15명의 인원들은 라이브방송으로 시청자들을 유입시키고 팔로워들의 충성도를 입증하는 두번째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과거 지상파 유명 프로그램 '마리텔(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연상시키는 두번째 미션은 시청자수에 따른 순위 중 저조한 성적의 방송을 강제로 종료시키며 최종 승자를 가려낸다. 긴 라이브 방송 동안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유지시켜야 하는 출연자들은 유명 게스트를 섭외하고, 눈썹을 면도하거나, 넷플릭스를 비판하거나, 혹은 애절하게 호소하고 눈물을 흘리는 등 각종 무리수를 두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구걸에 가깝게 요청하게 된다. 두번째 미션으로 다시 절반의 출연자가 탈락하고, 남은 이들은 새로운 미션에 따라 냉혹하게 자신의 몸값을 평가받는 '인간경매'의 무대에 오른다.

이어 공개된 4~7화에서는 인간경매를 통해 짝을 이룬 팀들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사진이미지로 승패를 가뤘다. 판정단의 시선이 머무는 시간과 횟수를 데이터화해 탈락팀을 결정했다. 첫번째 라운드에서 장근석은 이미지 위에 "장근석 여친 공개'라는 자극적인 텍스트를 삽입해 1위를 거머쥔다. 그러나 2차 대결에서 마이부의 신체를 중심으로 한 이미지를 내놓을 결과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장근석은 탈락을 두고 "열심히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며 "이번 출연을 계기로 인플루언서의 세상에 대해 알게 됐고 메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소회를 전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이어진 사진 대결을 통해 다시 대도서관 팀이 탈락하고 다음 경쟁에 진출한 이들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승부를 펼친다. 그리고 막강 경쟁자 과즙세연을 물리친 이사배를 비롯해 장지수, 빠니보틀, 오킹이 파이널 무대에 진출, 팝업 스테이지를 열고 더 많은 관람자를 모으는 미션을 펼친다. 길고 치열했던 경쟁의 마지막, 원조 토크왕 오킹이 근소한 차로 이사배를 누르고 1위를 차지, 3억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넷플릭스의 리얼리티쇼 '더 인플루언서'는 대중이 선망하는 유명인들이 '좋아요'와 화제성을 얻기 위해 각종 전략을 세우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려내며 인플루언서라는 존재와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대중의 관심 속에서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가질 수있고 지속성을 갖는 이들은 마치 쉴새없이 챗바퀴를 돌려야 하는 다람쥐와도 같아 보인다. 오글거리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더인플루언서'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치열한 생존법칙과 팔로워수로 계급화되는 피라미드, 그 안에 존재하는 미묘한 서열다툼을 엿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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