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제러드 영이 9일 인천 SSG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올해 KBO 리그는 유독 외국인 선수 영입을 버거워했다. 시즌 시작할 때도 좀처럼 입맛에 맞는 선수를 찾기 어려웠다. 시즌 중 교체 선수를 찾는 데는 난도가 더 올라갔다. 몇몇 팀은 올해 KBO 리그에 처음 도입된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어떤 팀은 1년간 실전 등판이 없는 경력직 외국인을 데려오기도 했다.
제러드는 OPS형 타자로 주목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2시즌 22경기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트리플A팀 멤피스 레드버즈 소속으로는 74경기 타율 0.285, 11홈런 35타점, OPS 0.917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두산 구단은 "영은 올 시즌 트리플 A에서 출루율 0.411을 기록할 만큼 선구안이 좋으며 장타력도 갖춘 OPS형 타자라며 "최근 2년간 트리플 A에서 32홈런을 기록할 만큼 전성기의 기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흔히 외국인 타자하면 거포를 떠올린다. 하지만 외인답지 않은 제러드의 꾸준함은 두산 클린업 트리오의 안정화에도 빠르게 기여하고 있다. 올 시즌 두산은 팀 타율 2위(0.284), 장타율 2위(0.431)로 타격이 강한 팀이지만, 의외로 클린업 트리오는 안정적이지 않다.
두산의 제러드 영(왼쪽)이 9일 인천 SSG전에서 출루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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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타자로서 임팩트도 있다.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은 KBO 두 번째 경기였음에도 2홈런 포함 5안타 8타점을 기록하면서 30-6 승리와 두산이 KBO 리그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하는 데 기여했다. 9일 인천 SSG전에서도 한 이닝 9실점으로 팀이 최악의 상황에 몰렸음에도 추격의 2타점 적시타를 포함해 6타수 4안타(1홈런) 3타점으로 13-11 대역전극의 서막을 올렸다.
9일 경기 후 만난 제러드는 "2타점 올렸을 때 안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점수를 따라갈 필요가 있었는데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안타를 친 것 같다"며 "미국에서는 출루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코치와 팀원들이 '네가 잘하는 걸 하라'고 응원해줘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매사 차분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품성이 앞으로의 활약을 더 기대케 한다. 제러드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훨씬 더 수월하게 적응하고 있다"며 "(한 이닝 9점을 내준) 오늘(9일) 경기도 이제껏 봐왔던 우리 팀이라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는 팀인 걸 아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했다"고 활짝 웃었다.
두산의 제러드 영이 9일 인천 SSG전을 승리로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