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 전소연·있지 류진, 텁텁한 말의 뒷맛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8.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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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채널 'Pixid' 캡처사진=유튜브 채널 'Pixid' 캡처


“자나 깨나 입조심”이라는 말이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지만, 이를 잘못 놀리면 될 일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에게 언어 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발언 하나하나가 자신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큰 영향을 끼쳐서다. 최근 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전소연과 있지 멤버 류진의 사례를 보면 말의 파급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들의 말과 행동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한 방어인지, 소속사를 압박하기 위한 도구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본인과 소속사 모두에게 텁텁한 뒤끝을 남긴 건 분명하다.

먼저 전소연은 최근 진행한 (여자)아이들 콘서트 솔로 무대에서 가사를 개사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11월 계약 종료, 누가 누가 나를, 아무도 날 못 막아, 감히 누가 뭐라 하나”였다. 그가 속한 (여자)아이들은 인기 걸그룹이다. 전소연은 그룹의 핵심축으로 활약하는 메인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자신감에서 비롯된 발언일 수도 있겠으나, 재계약 시점을 언급하며 “알아서 잘 하라”라는 함의가 다분한 가사를 뱉은 건 과잉됐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충분히 위협이 되는 말이고, 이를 접한 대다수의 대중도 같은 해석을 했다. 비록 (여자)아이들 팬덤이 큐브엔터테인먼트에 오랜 불신을 드러내긴 했지만, 아티스트가 직접 팬덤의 화를 자극하는 건 지금처럼 좋지 않은 쪽으로 화제를 키울 뿐이다. 전소연은 논란을 의식한 듯 6일 SNS에 “가끔은 너무 자극적으로 보이는 순간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는 작업물도 있다”라고 설명했지만, 그 말 뒤에 “어떠한 대응에 우리 회사의 미흡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라고 짚었다.

사진=류진 SNS 캡처사진=류진 SNS 캡처
류진도 SNS에 올린 글 때문에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에 큐브엔터테인먼트와 비슷한 상황을 빚었다. 그는 최근 SNS에 여러 장의 짤(사진)을 게재했는데, 업로드한 짤 중 '우리는 프로다. 돈을 줘야만 움직이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팬들은 이 글을 보고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정산을 미지급한 게 아니냐고 추측했고 금세 논란으로 번졌다. 류진은 곧장 “재미있는 짤을 보고 같이 웃고 싶어서 올렸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기상 신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가 속한 있지 역시 올해 6년 차로 내년께 재계약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소속사에 100% 만족하는 팬덤은 거의 없다. 과거 모 아이돌 멤버도 시상식에서 소속사 대표에게 감사하다고 했다가 팬들이 야유하자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라고 감쌌다.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반전시키고 그의 인성을 칭찬하는 여론도 형성했다. 연예계는 도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계다. 재계약을 실리가 아닌 의리로 여기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기에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지만, 마땅히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재계약 같은 민감한 사안을 앞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중으로선 연예인의 말에 더 귀 기울일 수밖에 없고, 그들이 당긴 활시위의 과녁이 될 악당은 필요하다. 평범한 직장인이 SNS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회사를 욕하는 건 파급이 크지 않지만, 아티스트의 말은 팬덤과 여론을 움직인다. 특히 팬덤이 두꺼운 인기 K-팝 스타들의 입은 파장이 크다. 춤, 노래 실력만큼이나 지금 바로 옆을 지키는 이들의 위한 사려있는 말의 미덕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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