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임애지, 더 많이 때리고 졌다…"동메달 싫어" 판정논란 이유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2024.08.05 11:09
글자크기
 임애지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와의 경기를 마친 뒤 심판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애지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와의 경기를 마친 뒤 심판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애지(화순군청)가 한국 여자복싱에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겼다. 다만 값진 성과에도 준결승전 판정패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임애지 자신도 "솔직히 이겼다고 생각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임애지는 4일(현지 시간) 프랑스 빌팽트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에 아크바시(튀르키예)에게 2대3으로 판정패했다. 심판 5명 중 3명(28-29, 27-30, 29-28, 27-30, 29-28)이 아크바시의 손을 들어줬다.



임애지는 이날 근접전을 노리며 인파이팅을 시도한 반면, 아크바시는 긴 리치를 이용한 아웃복싱을 구사했다. 임애지가 거칠게 다가오면 아크바시가 빠르게 받아치는 방식이었다.

정확하게 집계되진 않았지만, 임애지는 1라운드에 적지 않은 유효타를 적중시켰다. 국내 중계진도 임애지가 1라운드를 가져갔을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판정은 달랐다. 심판 5명 중 3명은 아크바시가 1라운드를 10-9로 이겼다고 봤다. 유효타를 더 많이 적중시키고도 진 셈이다.



2라운드 역시 아크바시가 가져갔다. 심판 4명이 아크바시의 손을 들어줬다. 앞선 두 라운드를 이긴 아크바시는 3라운드부터 임애지와 싸움을 철저하게 피했다. 임애지는 사력을 다했지만, 3라운드마저 아크바시에게 내줬다.

임애지의 판정패를 놓고 국내에서는 편파 판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심판진의 국적이 판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임애지가 1~3라운드 모두 졌다고 채점한 심판 2명이 유럽 출신(헝가리, 에스토니아)이라서다. 임애지가 한 점 차로 아크바시에게 졌다고 판정한 심판은 인도 국적이다. 이 심판은 임애지가 1라운드를 이겼지만, 2~3라운드에서 밀렸다고 봤다.

임애지가 이겼다고 본 심판 2명은 스리랑카와 캐나다 국적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애지, 공격 아쉬웠다"
임애지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에서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임애지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에서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애지가 전략을 잘못 취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링 외곽을 돌며 아크바시를 빠르게 파고 들었다가 다시 빠지는 전략을 취했는데, 규정대로라면 심판은 링 중앙을 차지한 아크바시가 더 어그레시브(공격적으로, aggressive)했다고 보는 게 맞다.



콤비네이션도 단조로웠다. 임애지는 근접전에서 콤비네이션보다는 단발 펀치를 적중시키고 빠지는 데 집중했다. 더구나 치고 빠지면서 아크바시에게 여러 차례 정타까지 허용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광선 KBS 해설위원도 "아크바시 가드가 내려가 있다. 계속 공격해줘야 한다. 뒤로 빠지면 안 되는데 또 빠진다. 찬스가 날 때 공격해줘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임애지 "솔직히 동메달 따기 싫었어"
임애지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와의 경기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임애지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와의 경기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애지는 경기 후 심판의 판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솔직히 나는 동메달 따기 싫었다. 꼭 결승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마지막 공이 울렸을 때 이겼을까 졌을까 긴 마 민가 했지만, 나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하티세는 빠르고 공격 후에 마무리가 좋다. 내가 깔끔하지 못해서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고 그 부분에서 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이 선수는 안 만나고 싶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임애지는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그는 "좋은 결과 못 가져와서 아쉽지만, 우리나라 복싱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나에 대한 기대를 조금 더 하게 되었다. 2년 뒤 아시안게임과 4년 뒤 LA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