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짬뽕이 땡기네"가 틀린 이유..교열기자의 '말 지식'[신간]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4.07.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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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어른을 위한 말 지식

"오늘 짬뽕이 땡기네"가 틀린 이유..교열기자의 '말 지식'[신간]


30년 가까이 일한 신문사 교열전문기자가 쉽게 쓰고 쉽게 틀리는 우리말을 바로잡기 위한 책을 내놓았다. 경향신문에서 시작해 현재 한국일보 교열팀장인 노경아 기자가 펴낸 '어른을 위한 말 지식'은 신문기자들의 잘못된 표현 등을 잡아내던 베테랑 교열기자가 일반 독자들도 많이 헷갈리는 맞춤법이나 잘못된 쓰임 등을 총망라한 책이다.

자주 쓰는 말 중에 헷갈리는 단어들의 구분, 잘못 쓰는 한자어의 예, 고운 우리말 소개, 사이시옷과 띄어쓰기에 대한 생각까지, 막연하고 모호했던 우리말 지식을 보다 풍성하게 해 준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 누구나 글을 쓰고 읽어야 하는 시대를 맞아 그만큼 쉽게 쓰고 쉽게 틀리는 우리말을 지켜가자는 의미도 담았다고 출판사는 설명했다. 아울러 성인 독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문해율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지적도 나오는 시대에 잘못 쓰이는 표현들도 급격히 늘어나는 세태에 대한 고민도 공유했다.

온라인상에서는 '금일'을 '금요일'로, '사흘'을 '4일'로,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잘못 이해해 벌어진 말실수가 논란이 되는 일도 적지 않다는게 작가의 지적이다.



교열기자는 기자와 논설위원의 글을 분석하고 맞춤법, 일본어 잔재, 부적절하거나 맥락에 안 맞는 단어, 띄어쓰기, 사실과 다른 내용 등을 바로잡는 일을 한다. 말과 글로 먹고 사는 신문사에서 가장 예민하고 철저하게 우리말을 감시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어문 규칙이나 문법적 설명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우리말을 어원과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준다. 도입부에는 몸풀기 훈련으로 마련한 맞춤법 퀴즈도 있다. '추스르다'-'추스리다', '애시당초'-'애당초'처럼 쉬운 듯 어려운 맞춤법 퀴즈는 우리말의 섬세한 감각을 일깨운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주제별로 고운 우리말을 모아 놓은 단어장도 수록했다. 이 책이 맞춤법, 어휘력, 문해력을 모두 아우르는 우리말 지식 백과로도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우리말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뜻은 다른데 발음이 같거나 비슷해 헷갈리는 단어들이 꽤 있다는 점이다. "감기 얼른 낳으세요", "한약 다려 드립니다" 같은 오류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졸이다-조리다', '낳다-낫다', '매다-메다'처럼 늘 쓰는 말인데 발음이 같아 헷갈리는 단어들의 차이를 생활 속 이야기로 알기 쉽게 구분해준다. "운동화 끈은 매고, 배낭은 메라"는 저자의 한 마디면 복잡한 맞춤법이 단숨에 정리된다.


'한 끗 차이'가 화투 놀이에서 온 말임을 안다면 '한 끝 차이'로 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무척 심한 더위'의 줄임말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무더위' 역시 '물과 더위'가 어울린 말이며 습기 없는 마른 더위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맞춤법 안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둘러싼 지식의 범위가 확장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장애인'을 친근하게 표현하기 위해 통용되었던 '장애우'가 잘못된 표현인 이유, '희귀질환관리법'이라는 명칭의 불편함과 같이 무심코 쓰는 말 중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들도 짚어본다.



이밖에도 '묘령의 할머니', '유명세를 타다', '자문을 구하다'처럼 기자들도 헷갈려 잘못 쓰는 한자어도 소개한다. 말과 글을 다루는 이들의 영원한 난제인 띄어쓰기, 사이시옷, 신조어, 사투리에 대해서도 지혜롭고 따뜻한 해법을 제시한다.

흔히 쓰는 표현인 "오늘은 짬뽕이 땡기네"와 "요즘 물을 안 마셨더니 얼굴이 땡겨"도 틀린 표현이다. 우리말에 '땡기다'는 없고 짬뽕은 '당긴다'로, 얼굴은 '땅긴다'로 써야 한다는 게 작가의 지적이다.

◇어른을 위한 말지식/라이프앤페이지/노경아/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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