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봉투 가득 '돈다발'…LH 5700억 '입찰 담합' 무더기 기소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4.07.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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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공 건물 감리입찰 담합 및 금품수수 수사 68명 기소

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 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


검찰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감리 입찰 담합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결과 수천억원대 담합행위와 업체·심사위원간 뇌물 공생관계를 적발하고 68명을 재판에 넘겼다. 몇년 사이 잇따라 일어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고 배경에 구조적 부정부패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30일 경기 양주와 화성, 울산 등 전국 각지에 있는 공공·임대아파트와 병원, 경찰서 등주요공공건물 감리입찰에서 담합을 하고 낙찰 예정업체가 용역을 수주받을 수 있도록심사위원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공공 건물 감리입찰 담합 및 금품수수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감리업체들이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공공발주 감리 입찰에서 '용역 나눠갖기' 등으로 총 94 건, 낙찰금액합계약 5740억원 규모로 담합한 행위를 적발해 법인 17개사, 개인 19명을 입찰 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또 교수, 공무원 등 입찰심사위원들이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업체들로부터 '좋은점수를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를 적발해 심사위원18명(구속 6명)과 감리업체 임직원20명(구속 1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심사위원 18명은 전현직 대학교수 14명, 시청 공무원 2명, 공사·공공기관 직원 2명 등이다. 이들이 수수한 금액은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8000만원까지 총 6억4800만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 돈을 몰수·추징할 계획이다.



수사 결과 감리업체들이 심사위원을 상대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감리 업체들은 심사위원 명단을 기준으로 지연, 학연, 근무연 등을 고려해 영업 담당자들에게 배분한 뒤 경조사를 챙기는 등의 방법으로 관리했다.

심사위원이 선정되면 지역단위로 배치된 영업사원이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해 금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이른바 '인사비' 명목으로 직접 만나 현금을 지급했다. 심사위원들이 감리업체와 불법을 공유하는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국가재정을 심사위원의 부정축재에 이용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심사위원들은 △업체끼리경쟁을 붙여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게 하거나(레이스) △경쟁업체에 꼴찌점수를 주고 웃돈을받거나(폭탄) △여러업체로부터 동시에 돈을 받는(양손잡이)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감리업체들은 고액의 뇌물 비자금을 조성해야하므로 감리현장에 충분한 자금을 투입할 수 없게 되고, 기술력이 없는 업체들도 뇌물을 통해 용역을 낙찰받았다"며 "전반적인 현장 감리부실과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와 지난해 4월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모두 이번 사건 수사 대상 감리업체들이 관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 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
검찰은 2019년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가 시행되면서 감리업체 간 담합을 하고 심사위원들은 금품을 수수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종심제는 입찰 심사에서 가격보다 기술력을 위주로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법으로, 최저가 낙찰로 인한 품질저하와 같은 폐해를 막고 일부 업체에 낙찰이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런 제도의 취지에 반해 기술경쟁 없이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담합하고 돈으로 높은 점수를 얻어 낙찰받았으며 심사위원들은 금품을 수수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향후 동종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국토부 등 3개 유관기관과 협의회를 개최해 현행 입찰제도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철저히 공소를 유지하고 몰수·추징을 통해 불법 이익을 완전히 박탈해 부정부패 범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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