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기업에 '5600억+α' 금융지원…"직접 재정지원은 없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세종=오세중 기자 2024.07.3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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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그래픽=김지영'티메프'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그래픽=김지영


정부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5600억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을 즉시 지원한다. 2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을 공급하고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 프로그램을 신설해 3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피해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존 대출 및 보증에 대해선 최대 1년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를 추진한다.

티메프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5600억원+α 유동성 지원
정부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위메프·티몬 사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현재까지 파악된 미정산 금액은 약 2100억원으로 추산되나 추후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제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자금난을 겪거나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판매자를 위해 56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을 통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최대 2000억원 지원한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소상공인이 자연재해나 재난 등으로 피해를 입거나 지역경제 위기 등으로 경영에 차질이 생겼을 때 정부가 저금리로 빌려주는 대출이다. 집행은 중기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담당한다. 코로나19(COVID-19) 때도 활용된 바 있다.

업체당 지원 규모는 정산지연액 또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한도 내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긴급경영안정자금 한도는 중진공 10억원(중소기업 대상), 소진공 1억5000만원(소상공인 대상)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소진공 대출한도를 기존 일반경영안정자금(일시적 경영애로) 지원한도(7000만원)보다 8000만원 상향했다.

정부 관계자는 "예컨대 500만원 피해를 입었다고 500만원의 대출만 지원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중기부와 금융위원회가 현재 정확한 지원기준과 지원대상 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다음주쯤 정확한 안내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진공과 중진공에 따르면 올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예산은 각각 4500억원과 1500억원 규모다. 이 중 소진공과 중진공의 각각 연관 피해액에 따라 함께 최대 2000억원 규모까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정산기한이 남은 6~7월 거래분을 포함한 8~9월중 대금정산 지연금액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대출규모를 상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진공과 중진공이 (정부안) 2000억원 규모 중 각각 어느 정도 비율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할 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 각각의 피해 금액을 추산해 구체적인 지원 계획 등을 8월 중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자금지원도 병행한다. 미정산 피해기업의 긴급경영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신보-기업은행 협약프로그램을 신설해 3000억원 이상의 대출을 공급한다. 최고 우대금리를 적용할 계획인데 구체적 조건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기술보증기금은 피해기업에 특례보증 지원을 확대한다. 보증비율을 85%에서 90%로 확대하고 보증료율은 0.3%p(포인트) 감면해 줄 계획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사 등 관광사업자 대출을 대상으로 총 600억원(대출규모) 한도로 이차보전(이자 차액 보상) 해줄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여행사 등은 2.5~3%p의 이자비용을 아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대출·보증에 대해 최대 1년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정책금융기관과 은행 등 민감금융권에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을 요청했다.

또 선정산대출 취급은행(SC, 국민, 신한)에 대해선 선정산대출에 대해 연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 만기연장 지원을 요청한다.

국세청, 피해 소상공인에 부가세 환급금 조기 지급…종합소득세·부가세 납부기한 최대 9개월 연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관계부처 TF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관계부처 TF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추가로 판매대금 미정산에 다른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중소 PG(결제대행사)사를 중심으로 세제지원을 추진한다.



8월14일까지인 부가세 환급금을 법정기한보다 최대 10일 조기 지급한다. 또 종합소득세, 부가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한다. 아울러 피해기업을 신고내용 확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세무조사도 중지한다. 체납 시 신청자에 대해 최대 1년까지 압류도 유예해줄 방침이다.

판로확보도 돕는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했던 기업이 신규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다른 온라인 플랫폼 입점 지원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사업, 마케팅지원사업 등 중기부 예산사업을 활용할 계획이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도 면제한다. 항공사와 여행사간 협의를 바탕으로 불가피한 항공권 예약취소에 대한 수수료(위약금) 면제를 지원한다.



이 밖에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카드 결제 취소 등 원활한 환불 처리를 지원한다. 또 이미 구매된 상품권의 경우에는 사용처 또는 발행사가 상품권 사용을 금지 조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적인 상품 제공 또는 환불을 유도할 예정이다. 여행·숙박·항공권 분야 집단분쟁조정 신청 접수는 8월 1일부터 9일까지 진행한다.

한편 정부는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법 등 관련법의 적정성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개선방안에는 e커머스 업체의 소비자 보호 책임 강화, PG사(결제대행사)를 통한 결제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방안 등이 담긴다.

"티메프 사태, 큐텐이 책임질 문제…직접 지원 아닌 절충점 찾은 저리 대출 지원"
일각에선 민간의 사적인 상거래 문제에 정부 정책자금을 투입하는 게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내에서도 긴급경영안정자금 사용을 두고 부정적 의견이 제기된다.



한 부처 관계자는 "민간기업에서 촉발된 문제로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기존의 재해 때 하던 긴급경영안정금 지원과는 결이 달라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긴급경영안정자금에 소상공인의 경우 재해시 피해복구 등으로 지원하지만 일시적 경영애로 항목도 있는 만큼 그런 방향에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 과실과 책임이 티몬과 위메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선량한 소비자와 판매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는 출연을 하든, 재산을 처분하든, 자금을 차입해 오든 결국 (티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이 책임질 문제"라면서도 "다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과 영세 판매자들의 피해가 워낙 커 그 부분을 방치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있어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은 소비자들, 판매자들 피해가 워낙 커서 그것까지 방치하는 게 맞냐는 주문들이 있어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며 "긴급경영안정자금으로 유동성 지원하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소상공인들에게 밑바탕을) 깔아준 정도일 뿐 혈세가 들어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이번 대책 초점을 저리 대출 지원에 맞췄다. 일각에서 주장한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투입은 배제했다. 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은 저리 대출 지원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김 차관은 "이번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약속한 판매대금을지급하지 않은 위메프·티몬에게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선량한 소비자와 판매자가 입은 피해를 지켜볼 수 없기에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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