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도 이겨냈던 박슬기·김새롬, 부메랑이 돼 돌아온 폭로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7.2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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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영란 유튜브/사진=장영란 유튜브


방송인 장영란의 유튜브에 나온 박슬기, 김새롬의 갑질 폭로 논란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리포터 시절 여러 어려움을 겪고 당당히 방송인으로 자리 잡은 이들의 노력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보여준 경솔한 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날아오고 있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지난 27일 장영란의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에 공개된 영상이다. 장영란은 박슬기, 하지영과 함께 김새롬의 집을 방문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리포터 출신 네 사람이 모이자 리포터 시절 겪은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이 당했던 갑질을 털어놨다. 김새롬은 신인시절 출연했던 한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장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유지돼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옆에 계신 선배님이 나를 계속 조롱했다. 방송을 마치고 '설명해 주시면 고치겠다'라고 말했는데 부모님 욕을 하고 손찌검을 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박슬기 역시 과거 영화 촬영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당시 박슬기는 라디오 생방송으로 인해 미리 공지하고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쉬는 시간으로 모두들 햄버거를 먹고 있었지만 박슬기는 미안한 마음에 햄버거를 먹지 않고 매니저에게 권했다. 매니저가 햄버거를 먹자 톱 배우가 매니저의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사진=장영란 유튜브/사진=장영란 유튜브
문제는 영상을 접한 사람들이 박슬기와 김새롬이 갑질을 했다고 말한 인물이 누구인지 찾아 나섰다는 점이다. '삐처리'가 되긴 했지만, 박슬기는 누군가의 이름을 언급했고, 이어 언급된 여러 단서를 토대로 갑질 배우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먼저 지목된 건 배우 이지훈. 박슬기와 함께 영화 '몽정기2'에 출연했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순간 이지훈은 '갑질 배우'가 됐고, 이지훈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아야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이에 이지훈은 "여러분의 추측은 아쉽게도 빗나갔다"고 부인했다. 박슬기 역시 인스타그램에 "지훈 오빠와 저는 '몽정기2' 때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고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오라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범인 찾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지훈이 '타깃'에서 제외되자 이제는 또 다른 배우가 '용의선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김새롬에게 부모 욕을 했다는 방송인의 정체가 누군지에 대해서도 여러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박슬기와 김새롬이 오랜 시간이 지나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꺼낸 건 그들을 찾아 비판해달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끼리 그 어려움을 공유하고 서로 잘 이겨냈다고 다독이려는 의미가 강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상대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를 슬쩍 흘려놓았다는 점이 문제다. 의도한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범인 찾기'에 나설 수 있을 정도의 근거를 뿌려놓은 점은 결국 범인을 찾아달라고 하는 꼴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장영란 유튜브/사진=장영란 유튜브


이제 과거 그들이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이겨내고 당당히 자리 잡은 모습보다는 '그래서 가해자가 누구냐'를 찾아내는 데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은 건 애먼 피해자들뿐이다. 이야기를 꺼낸 박슬기 역시 경솔한 발언이라며 뭇매를 맞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갑질 폭로 다음에 나온 미담 공개와 비교하면 이들의 발언은 더더욱 아쉽다. 이들이 미담을 공개한 건 배우 조인성과 김혜수. 훈훈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실명이 그대로 나왔다. 리포터 시절 분명 이렇게 힘이 되어준 동료들도 있었을 텐데, 훈훈함 미담보다는 자극적인 갑질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장영란은 이날 리포터 출신 방송인을 한 곳에 불러 모은 데 대해 "우리들이 정말 여태까지 살아남고 방송계에 있는다는 건 인성도 있고 열심히 살았다는 거다"라고 취지를 전했다. 장영란의 말처럼 이들은 무시에도 끝까지 버티며 노력했기 때문에 오랜 세월 방송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금은 경솔했던 이날의 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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