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만난 한 디스플레이 기업 차량사업부의 고위 임원은 최근 주요 고객사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만남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는 우리 기업에 버금가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라인업을 구축한 뒤, 30~40% 낮은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점유율을 차츰 늘려가고 있다. 이 임원은 1~2년의 기술 격차가 벌어진 지금은 몰라도, 몇 년 후에는 고객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디스플레이 굴기'를 외치는 중국의 공격이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집중되고 있다. 낮은 수율과 성능, 발열·내구도 문제로 차량용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을 깨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도 BOE, 스카이워스 등 중국산 패널을 사용하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시장의 절반을 중국이 이미 가져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보다 투자 지원이 적은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성장이 주춤해진 IT용 패널과 다르게, 연간 35%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래먹거리다.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을 막지 못한다면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어렵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중국과 한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말은 그냥 해 보는 푸념이 아니다. 디스플레이는 이미 국가 대항전이 됐다. 디스플레이 강국의 위상이 차 안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의 투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오진영 기자수첩 /사진=오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