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식도 안했는데 22대, '5차례' 필리버스터 국회 오명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한정수 기자, 박상곤 기자 2024.07.26 11:54
글자크기

[the300]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통위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4.7.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통위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4.7.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올라온 '방송4법'을 상정하고,여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대응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례적으로 사흘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상인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이 더불어민주당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사퇴한 것도 정국을 얼어붙게 만든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3달 가까이 지났음에도 여야 갈등으로 개원식조차 열지 못하면서 이른바 '식물국회'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입법 횡포도 모자라 국정을 뒤흔드는 마구잡이 탄핵을 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법 제6조는 위원장만을 탄핵소추 대상으로 규정한다. 오로지 방송 장악하겠다는 당리당략 때문에 국가 행정업무를 마비시키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겠다"며 "국정을 멈춰 세우려는 민주당의 음모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전날인 25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중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최형두 의원은 총 6시간37분간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방송지배구조에 이렇게 미련을 가지고 집착하고 내놓지 않으려 하고 또 그게 두려워서 중립화하려고 하고 선진국회에서 이걸 가지고 다투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형두 의원 다음으로 단상에 선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2시간52분간 방통위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방통위 5인 체제를 2인 체제로 편법 운영하는 문제를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왜 반대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5시32분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제출했다. 24시간 뒤인 이날 오후 5시30분쯤 필리버스터 종료를 위한 표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필리버스터의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24시간 뒤 재적의원 무기명투표로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된다.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안건을 바로 표결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방송통신위원회법 관련 필리버스터가 종료되고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하면 개별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방송4법 각 법안마다 '필리버스터-종료 표결-법안 표결' 과정을 반복하는 셈이다. 현재 필리버스터 종결에 대한 표결은 이날과 28일, 29일, 30일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에는 민주당이 전당대회 일정으로 필리버스터 종료를 위한 표결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단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자체 종료하고 안건투표에 나설 것을 우려해 국회 인근에 대기할 예정이다.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직무대리 탄핵 문제도 정국을 냉각시킨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상임위원)의 사임을 재가했다"며 "방통위 부위원장 사임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으로, 방통위가 불능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여야가 방송4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인사 등에 관한 문제에 한 치의 양보 없이 대치하는 이유는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해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앞선 정부에서도 여야가 공수를 바꿔가며 제기해왔던 문제기도 하다.



방송4법의 핵심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이들 법안에는 공영방송의 이사회 숫자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영방송의 이사진 구성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회의 정족수를 규정하지 않아 2인 체제로만 운영되고 있는 방통위 정상화를 명목으로 회의를 여는데 필요한 최소 인원을 4명으로 정하고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의를 여는데 필요한 위원수가 4명으로 늘어나면 야권 추천 방통위원 2명의 반대만으로도 방통위 회의 개의가 불가능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송4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도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처럼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방송4법에 대한 여당 내부의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이라 재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방송4법은 채상병 특검법보다도 (당내) 반대 여론이 높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