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일종으로 주로 스마트폰 앱, 게임, VR 등의 형식으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활용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은 개념이다. 아킬리는 이 디지털 치료제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도 전인 2011년 일찍이 창업해 이 분야 자체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징적인 회사다.
이런 뉴스를 보는 필자의 심정은 좀 복잡하다. 필자는 한국에 이 개념을 가장 처음 소개한 사람 중 한 명이고 이 개념이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분야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항상 경고했다. 몇 년 전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이 개념이 국내에서 갑자기 주목받으며 벤처투자 시장에서 묻지마 투자가 일어날 때도 필자는 이 개념이 과대평가됐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지금까지도 강조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아킬리가 FDA 허가를 받고 의사처방을 받아 환자에게 전달하는 모델을 고집하지 않고 더 일찍 소비자 대상 직접판매 모델로 변경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는 필자가 국내 디지털 치료제 회사들에 계속 권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번 아킬리의 매각은 업계에는 또 다른 숙제를 던져줄 것이다. 이번 매각가는 우리돈 500억원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국내에서 웬만한 디지털 치료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이를 상회한다. 특히 한국에서 상장심사를 할 때 해외 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크로 삼게 되는데 이런 마일스톤은 기업가치 산정이나 상장심사에 두고두고 큰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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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으론 이러한 실패사례가 축적되면서 국내외 후발주자들의 사업전략도 더 발전하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잘 분석해서 실패로 귀결된 전략 외에 어떤 사업모델, 시장진입 전략, 가치제안을 해야 할지를 잘 고민해보면 또 다른 돌파구가 나올 수도 있다. 또한 최근 미국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한 새로운 보험급여 코드신설이 논의되기도 하는 등 외부환경도 우호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혁신가의 등에는 화살이 꽂혀 있다'는 말이 있다. 가장 앞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가장 먼저 겪기 마련이다. 아킬리는 그렇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장 앞장서서 개척하다 결국 가장 먼저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실패를 밑거름 삼아 또 다른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이 이 어려운 시장의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