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로 깨어 노을로 지다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2024.07.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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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카톡 문패와 사진으로 되돌아보는 나

이슬로 깨어 노을로 지다


'이슬로 깨어 노을로 지다'

제 카카오톡의 문패입니다. 정말로 이슬로 깨어 노을로 지냐고요? 그럼요! 아침이슬로 깨어 저녁노을로 지지요. 이슬이야 '참이슬'과 '밤이슬'도 좋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이 맑은 산골의 아침이슬만 할까요. 노래도 참이슬에 취하고 밤이슬에 젖은 분들을 확 깨우는 <아침이슬>이 제 십팔번입니다. 김민기의 바로 그 <아침이슬>! 노을은 저의 오랜 길벗이지요. 노을이 지면 신발을 꿰고 나가는 겁니다. 노을 산책! 황금 노을, 검붉은 노을 다 기울어 어둑해서 돌아오면 저의 하루도 기웁니다.

카톡의 배경 사진도 대부분 길 위의 풍경입니다. 저 앞에서 나는 감동했던 거지요. 화천의 강길 산길 들길 꽃길에서, 멀리 제주와 한라에서, 동해와 설악에서, 섬진강과 낙동강에서, 만항재와 선자령에서…. 올해도 많이 걷고 많이 감동합니다. 감사!



심심할 때 다른 분들의 카톡 문패와 배경 사진도 둘러봅니다. 그건 어떤 분의 대문 앞을 기웃거리는 기분이지요. 대문에 걸린 문패와 사진은 그분의 삶을 드러내는 마음 한 자락의 풍경입니다. 나는 거기서 그분의 안부를 헤아립니다. 몇 개 같이 보실까요.

- 산사랑 책사랑 산책사랑 : 틈틈이 산도 타고 책도 읽고 산책도 즐기나 봅니다. 아주 좋습니다.
- 인자무적 닌자무적? : 재치와 유머! 삶에 눌리지 않은 거지요. 실제로 인자처럼 넉넉하고 '닌자'처럼 용감합니다.
- 오늘도 나는 해낼 것이다. 오늘도 나는 해냈다 : 아이쿠! 아직도 전투적이군.
- 수고하자 오늘도, 수고했다 오늘도 : 그래 너 수고 많다.
- 내 인생 나라와 조국을 위해 : 농담 같기도 하고 진담 같기도 하고~ 아무튼 큰 뜻을 품고 잘 지내나 봅니다.
- 몸도 마음도 쉴 곳이 필요했을 뿐이야 : 많이 지쳤네. '전화기 충전은 잘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라고 덧붙였군요. 이번엔 제대로 충전하길.



조금 더 볼까요.

반복을 이겨내자, 신발끈 다시 묶고, 인생은 희망의 진행형, 멋대로 더 멋대로, 자유의 바람 내 안의 평화, 나눔과 섬김의 마음으로, 착한마음 마음챙김 알아차림, Shine Together,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어느 날, 아쉬움이라는 거 없으면 아쉬울 것 같다…

대부분 마음을 챙기고 다스리는 문패입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내 마음도 챙깁니다.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자. 착한 마음 잊지 말고 잃지 말자. 더 나누고 섬기자. 서로의 빛이 되어 함께 빛나자.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아쉬움을 즐기자!


제 카톡 문패는 꽤 오랫동안 <평화에서 시작하다>였습니다. 이어서 <모든 상황은 나를 위한 것이다>, <모두 괜찮다>, <지상에서 천국처럼>으로 바뀌었지요. 그다음이 <이슬로 깨어 노을로 지다>인데 가장 오래가는군요. 그렇지만 어느 것이건 다 나의 화두 같은 것이었습니다. 나는 내면의 평화를 원했고, 조건 없는 긍정과 받아들임을 다짐했고, 문명보다는 자연 속에서 일상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했지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번 나를 다독입니다. 오늘도 이슬로 깨어 노을로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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