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정부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일관성있는 메시지를 시장에 내보내야 한다. 케인즈가 설파했듯이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정부 정책에 원칙과 일관성이 없다고 믿게 되면 시장에는 공포가 깔리고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과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는 이런 쏠림의 조짐이 보이는 듯하다.
정부의 정책 혼선이 고금리 시기에 접어들며 하락하던 주택가격을 다시 상승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거 사례로 보면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 연 소득 대비 전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 규제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기존보다 강화된 스트레스 DSR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DSR 한도를 더 조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급증한 전세사기 피해,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혼란 등 부동산 시장의 교란이 발생하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기를 올 9월로 2개월 연기했고 3단계는 내년 7월로 연기했다.
결국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2%대(하단 기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정부의 주택 수요 억제 정책이 이완되고 있다는 심리가 시장에 깔리자 규제가 다시 강화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위축 방지와 취약차주들의 삶을 보살피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책무이기는 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기반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던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