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텀블러를 살펴보고 있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혜택이 줄어들었다곤 하나 여전히 가방에 여유가 있을 땐 텀블러를 챙겨나간다. 별하나에 400원쯤으로 계산하고 무료음료 혜택을 생각하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요즘처럼 더울 때 차가운 음료를 오래 즐기는데도 제법 쓸만하다. 이정도면 다회용컵을 유도하는데 성공적인 유인책인 셈이다.
"일회용컵을 쓰면 오히려 이익 아닌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텀블러와 비교한 인센티브 100원의 차이쯤이야 일회용컵이 주는 편리함으로도 차고 넘친다. 보증금으로 소비자를 '귀찮게' 해 일회용품을 감축하고 자원회수율을 높이겠다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제도 취지와 달리 예산을 써가며 일회용품을 권장하는 꼴이다.
시범시행 1년 반이 지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여태 자리를 못 잡는 과정이다. 목적과 제도 설계가 있었다면 그에 맞춘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 정부는 여론을 눈치보다 험난한 전면시행보단 시범운영이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 스타벅스의 사례처럼 다회용컵을 쓰는 것과 아닌 것에 차등을 뒀어야하는 인센티브가 일회용컵에도 붙어버렸다. 제도 취지와 소비자 선택이 어긋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심지어 자체 다회용컵에 1000원짜리 보증금을 운영하며 제도에 적극적이었던 스타벅스마저 다회용컵 '전용' 매장을 '선택' 매장으로 바꾸고 일회용컵 보증금제 선도 시행 지역이던 제주에서도 다회용컵을 철수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오류를 이미 시장에선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업체가 한국조폐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도의 어긋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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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 여부에 대해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고려해야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렇다고 인센티브마저 왜곡된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현재 제도 설계와 운용의 오류를 인정하고 보완이든 철회 등 선택해야 할 시점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