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말로는 험난하지만 김 위원장의 과거는 그 누구보다 화려했다. 그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 등과 함께 벤처 1세대를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다. 삼성SDS에서 유니텔을 만든 그는 삼성을 떠나 1998년 한게임을 설립한 뒤 이해진의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만들었다. 이후 NHN을 떠나 2010년 카카오톡을 세상에 선보이며 '연쇄 창업가'의 대표주자가 됐다.
김 위원장은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올랐다. 2021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당시 그의 재산은 약 15조원이었다. 카카오는 재계순위도 상승, 지난해 기준 15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역시 2021년 6월 기준 75조원까지 불어나며 그야말로 '카카오제국'이 완성되는 듯했다.
위기의식이 커진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같은 해 11월 카카오의 위기극복을 위한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해 조직정비에 나섰다. 이후 구체적 성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조직감량 차원에선 현재 계열사를 124곳으로 줄이는 등 성과를 냈다.
사법리스크와 김 위원장의 구속은 한동안 카카오의 성장을 짓누를 공산이 크다. 총수 공백이 장기화하면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권자 부재로 M&A(인수·합병) 투자 및 신사업 진출, 계열사 IPO(기업공개) 등이 당분간 전면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동력이 절실한 카카오에 뼈아픈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