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2024.07.22. [email protected] /사진=추상철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전체 출근율(19일 11시 기준)은 8.5%로 전체 1만3756명 중 1176명에 불과했다. 전공의 전체의 91.5%가 출근을 거부한 것인데, 결국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 인력 1만2580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체 전공의 중 지난 18일 사직 처리된 인원(7648명)이 하반기 모집에 모두 응시한다고 가정해도 전공의 4932명이 부족한 셈이다.
이번 가을턴마저 전공의에게 외면 받는다면 암·응급·중증·희귀질환 환자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필수의료의 최일선인 암·응급·중증·희귀질환 진료를 가장 많이 보는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인데, 전공의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하며 근무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중 가장 큰 '빅5' 병원의 전공의는 전체 전공의(1만3531명)의 21%, 병원 내 전체 의사 중 비중도 37%에 달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남아있는 전문의에게 번아웃이 찾아오고, 결국 전문의마저 줄사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전공의가 채워지지 않으면 외과 같은 필수의료 인력이 계속 줄어 지방·필수의료는 붕괴할 것"이라면서 "저비용 고효율 의료 시대의 종말이 왔다. 그나마 남아있는 필수의료 진료과 의사도 환자와의 신뢰가 깨어져 방어 진료와 소송전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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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한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대해 전공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면서 정부에 대해 전공의들이 쌓은 '불신의 벽'은 더 높아질 태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지금도 복지부와 수평위는 전공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3일 '전공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 달 12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수평위는 전공의법에 따라 전공의 수련 정책과 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복지부에 설치된 심의기구다. 이 개정안은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을 현행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박 위원장은 "수평위는 정부와 병원 입장을 대변할 뿐 전공의 의견을 묵살하고, 전공의를 상대로 한 폭력을 방조하고 있다"며 "정부는 수평위 위원 구성을 전면 개편해 전공의 추천 위원 비율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