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지난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박제된 죄와 삭제된 벌 - 2004 집단 성폭행 사건'이라는 부제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추적했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는 1년간 44명의 남고생이 1명의 15세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해당 사건 이후 44명의 얼굴을 한 번도 잊은 적 없다는 피해자는 "2004년 이후로 똑같다. 약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라고 근황을 알렸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동생은 모두 가해자들 부모가 계속해서 찾아오는 바람에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으며 동생은 지금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했다.
44명의 가해자 중 단 한 명도 형사 처벌받지 않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 '그알' 제작진은 당시 수사 담당 경찰과 검사들을 직접 만났다. 하지만 이들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들은 불기소 이유서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폭행과 협박을 이용해 집단 성폭행을 한 44명은 특수 강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검찰은 10명만 기소해 형사 재판에 넘기고 나머지는 불기소 처분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불기소 처분이유는 이랬다. 주범들이 공범이라 진술하고 피해자들이 사진을 보고 가해자가 맞다고 진술했던 13명은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아서, 20명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내져서, 1명은 다른 검찰청으로 이송돼서 불기소 처분이 되었다는 것.
당시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20명에게는 '위력에 의한 간음'을 적용했는데 이에 특수 강간이 적용될 수 없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이에 전문가는 "그게 납득이 안 간다. 구속된 사람 7명, 불구속 3명이면 최소한 구속된 사람만이라도 실형이 나와야 하는 게 맞다. 불구속과 동일하게 모두 소년부 송치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공소사실에 '피해자들이 놀러 와' '피해자와 함께 놀다가' '놀던 중'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한다. 피해자들이 어쩔 수 없이 밀양으로 오게 된 사정에 대해서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주범 10명에 대한 정확한 처분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이뤄지는 소년 심판은 판결문도 전과 기록도 전혀 남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5명은 소년원에 수감됐다가 풀려났고 5명은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처분에 그쳤다는 당시 언론 보도만 남아있다.
제작진은 마지막으로 당시 담당 판사를 만나 해당 사건에 관해 물었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그리고 당시 담당 판사 중 한 사람만이 유일하게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당시 판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판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며 "욕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판사는 그걸 감내해야 한다. 그 당시에도 욕먹을 거라는 건 알았다. 여성단체가 선정한 그해의 걸림돌 판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관예우나 지역 카르텔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년째 계속되는 논란에 "기록은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판사들이 많이 얘기하는 게 기록을 보면 판결에 대한 비판을 못 한다고 이야기한다. 기록 공개를 통해 평가받아야 법원 판결도 더 좋아질 거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피해자에게 마지막으로 과거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피해자는 "이제는 꿈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제는 엄마랑 남동생, 저 때문에 힘들었던 제 동생이 조금이라도 악몽에서 벗어나서 행복했으면 그게 내 꿈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