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왜 안 끓여?"…동료 선원 바다에 던져 살해한 30대[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2024.07.1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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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전남목포해양경찰서/사진=전남목포해양경찰서


2016년 7월 19일.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 기상악화로 정박해있던 9.77t급 새우잡이 배 선원 이모(당시 34)씨가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50대 동료 선원을 바다로 떠밀어 살해한 혐의다.

이씨는 승선한 지 불과 보름밖에 안 된 새내기였다. 그는 왜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많은 동료를 살해한 것일까.



전과자 이씨, 왜소했던 선원 골라 괴롭혀
살인사건 현장 검증을 하는 A씨. /사진=채널A 보도 캡처살인사건 현장 검증을 하는 A씨. /사진=채널A 보도 캡처
이씨는 공갈 등으로 유죄 판결받고 복역한 전과자다. 2015년 12월 출소한 그는 이듬해 7월부터 이 배에서 일했지만, 거친 성격 탓에 동료 선원들과 갈등이 잦았다. 그는 특히 체구가 왜소했던 선원 A씨(당시 51)에게 괜히 시비를 걸고 욕설하는 등 유독 막대했다.

이씨는 가족과 불화로 생긴 스트레스도 A씨에게 풀었다. 이씨는 가족에게 "뱃일이 힘들어 죽을 것 같다"며 전화로 하소연했는데, 가족은 "그래, 그럼 죽어버려라"고 짜증을 냈다. 이에 화가 난 이씨는 애꿎은 A씨에게 욕설을 뱉었다.



사건은 이씨가 배를 타기 시작한 약 보름이 지난 2016년 7월 15일 터졌다. 당시 이씨는 밤 11시 반쯤 7m² 넓이의 좁은 선실에서 잠을 자다 깼다. 배가 고팠던 그는 자고 있던 A씨와 또 다른 동료 B씨(46)를 깨워 "라면을 끓이라"고 요구했다.

B씨가 머뭇거리자 A씨는 혼자 선실에서 나와 취사장으로 향했다. 이에 이씨는 혼자 남은 B씨를 향해 "라면 안 끓이냐", "같이 죽자. 죽을래 살래"라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씨는 B씨를 폭행하다 돌연 "A씨를 죽여버리겠다"며 그를 찾아갔다. A씨는 당시 취사장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다가 이씨와 마주쳤는데, 이씨는 "왜 라면을 안 끓이고 있냐", "죽여버리겠다"며 A씨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A씨 가슴을 3~4차례 밀었다. 신장 185㎝에 건장한 체격인 이씨가 거세게 밀자 신장 160㎝로 왜소한 A씨는 바다에 떨어졌다.

당시 바다는 칠흑같이 어둡고 2m 높이의 파도가 일었다. A씨는 허우적대며 '살려 달라'고 절규했지만 이씨는 A씨가 시커먼 바다로 떠내려가는 것을 지켜만 봤다.



B씨 등이 비명을 듣고 갑판으로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씨는 '모른다'며 시치미를 뗐다. 사고 소식을 듣고 자택에서 돌아온 선장(38)은 다음 날 오전 3시 이씨의 범행을 눈치채고 신고했다.

"피해자가 짜증 나게 해 살해"
 /사진=채널A 보도 캡처 /사진=채널A 보도 캡처
해경에 붙잡힌 이씨는 자신의 신분을 은폐할 목적으로 엉뚱한 인적 사항을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A씨가 짜증 나게 해 살해하고 싶었다"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A씨 시신은 사고 5일 만인 2016년 7월 20일 신안군 임자면 재원도 8㎞ 해상에서 조업하던 어선 그물에 걸려 발견됐다. 사인은 익사였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범행 당시 양극성 정동장애 등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선원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피해자에게 풀다 피해자가 라면을 빨리 끓이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피해자를 바다에 집어 던져 살해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후에도 동료 선원들을 부르는 등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도 높다"며 "누범기간 중에 있었음에도 자숙하지 않고 출소 후 8개월 만에 범행을 범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고, 오랜 기간 정신질환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2심 역시 "1심은 형은 파기해야 할 정도로 가볍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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