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과 '삼천만 배우'가 연극 무대로 향한 이유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7.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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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


드라마와 영화, OTT 등의 매체 연기에서 꾸준히 활약하던 배우들의 연극 무대 진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연극 무대에서의 경험으로 매체 연기에 진출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지만, 매체 연기에서 주로 활동하던 배우들이 연극 무대로 진출한 사례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왜 이들은 연극 무대로 향했을까.

배우 전도연은 지난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무대에 올랐다.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전도연은 10여 년 전 아들을 잃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한국에 돌아와 고군분투하는 송도영 역을 맡았다. 전도연이 연극 무대에 오른 건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이다.



지난 13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맥베스'에는 배우 황정민이 출연한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마지막 작품으로 2018년과 2022년 연극 '리차드 3세'에 출연했던 황정민은 두 번째 셰익스피어 작품에 출연한다. 특히, 황정민은 5주간 모둔 무대에서 배역을 혼자 소화하는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오는 8월 6일 서울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개막하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는 배우 유승호가 출연한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인종·종교·성향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을 다룬 연극이다. 유승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하게 됐다. 고준희 역시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통해 연극 무대에 처음으로 오른다.



이처럼 연극 무대로 향하는 배우들은 연차와 유명세를 가리지 않고 있다. '눈물의 여왕'을 마친 박성훈은 차기작으로 연극 '빵야'를 선택했고 이희준은 영화 '핸섬가이즈'에 이어 연극 '꽃, 별이 지나'로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원더걸스 출신 안소희는 연극 '클로저'를 통해 첫 연극 무대 도전에 나섰다. 함께 호흡을 맞춘 진서연은 1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이현우와 문소리도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무대에 오른다.

/사진=엠비제트컴퍼니, 이희준 인스타그램/사진=엠비제트컴퍼니, 이희준 인스타그램
이렇게 많은 배우들이 연극 무대로 활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품 기근 현상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전후로 OTT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많은 플랫폼들이 콘텐츠를 확대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은 제작비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많은 방송사와 OTT는 편성을 축소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문제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사전제작된 드라마들이 많다는 것. 찍어놓고 공개하지 못한 작품들이 표류하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드라마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현정, 김하늘, 이장우, 김지석, 오윤아, 한예슬, 정경호 등의 배우들은 여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드라마 기근' 현상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 환경에 대해 좀처럼 말하지 않는 배우들이 입을 모았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였다.

이런 배우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연극 무대다. 유명 배우들은 몸값을 낮춰서라도 연극에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백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요소다. '벚꽃동산'의 전도연은 "'벚꽃동산'을 하면서 오래전부터 느껴왔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황정민 역시 "무대는 나의 고향"이라며 연극 무대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명한 스타 배우들의 유입은 연극에 대한 관심도 증가로도 이어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4년 1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연극시장 공연 건수, 공연회차, 티켓예매수는 지난 4개년 대비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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