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한 번은 걸린다는 이 병…바디워시로 꼼꼼히 씻었다가 '악'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7.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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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159) 질염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를 연재합니다. 100세 고령화 시대 건강관리 팁을 전달하겠습니다.

김태준 대림성모병원 산부인과 과장김태준 대림성모병원 산부인과 과장


외부 기고자 - 김태준 대림성모병원 산부인과 과장

흔히 '여자의 감기'로 불리는 질염은 여성의 7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는 병이다. 특히 물놀이가 잦은 여름 휴가철에는 다양한 균에 노출되기 쉬워 질염 발생이 빈번하다. 세균성 질염의 경우 한 번 걸리면 재발률이 높아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요구된다.

여름철에 질염이 특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해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로 인해 땀이 많이 나고 꽉 끼는 옷을 입거나 통풍이 잘되지 않는 경우 질 내부가 습해지면서 세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름철에는 야외 활동이 늘고 여행 등으로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에 따라 외부 세균에 노출될 위험이 덩달아 커진다.



질염은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크게 세균성 질염, 칸디다성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 위축성 질염으로 나뉜다. 세균성 질염은 질 내 유산균(락토바실리)의 감소와 혐기성 세균의 과도한 증식으로 인해 발생한다. 심한 생선 비린내를 동반한 회색 분비물이 특징이며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질정 형태의 항생제를 삽입해 치료한다.

칸디다성 질염은 곰팡이균인 칸디다 알비칸스의 증식으로 발생한다. 우유색의 끈적한 분비물과 외음부 가려움, 작열감, 성교통 등이 나타나며 진균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트리코모나스라는 원충 감염이 원인이다. 기포가 많은 고름 모양의 분비물과 외음부 가려움, 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항생제로 치료하는데 특히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파트너와 함께 치료받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위축성 질염은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 자주 발생해 비특이성 질염 또는 노인성 질염이라고도 불린다. 위축성 질염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감소에 따라 생긴다. 질 건조증, 가려움, 작열감, 성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여성호르몬 연고를 질에 국소 도포하거나 질정을 사용해 치료한다. 일반적으로 1~2주 이내 증상이 호전된다.

질염 예방을 위해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생활 습관이 있다. 우선 외음부를 씻을 때는 산성을 띤 순한 질 세정제나 바디워시를 사용하고 너무 안쪽까지 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누나 바디워시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통풍이 잘되는 옷과 면 소재의 속옷을 착용해 곰팡이의 번식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꽉 끼는 옷이나 스키니진, 스타킹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유산균을 꾸준히 복용해질 내 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도움 된다.

질염은 여성들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그만큼 재발도 흔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쉽게 치료가 가능한 데도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할 때가 많다. 질염을 방치하면 골반염, 방광염 등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심한 경우 난임이나 조산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은 질염 발생이 증가하는 시기로, 여성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염은 다소 개인적이고 민감한 부위의 질환이라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질염이 의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초기에 산부인과를 방문해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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