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만 노렸다…19명 살해 후 '히죽', 섬뜩한 말 남긴 악마[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2024.07.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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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일본 도쿄의 사가나가와(神奈川)현 장애인 시설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우에마쓰 사토시(植松聖·당시 26세)가 2016년 7월 27일 요코하마(?浜)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던 중 취재진들 앞에서 미소를 보였다. /로이터=뉴스1일본 도쿄의 사가나가와(神奈川)현 장애인 시설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우에마쓰 사토시(植松聖·당시 26세)가 2016년 7월 27일 요코하마(?浜)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던 중 취재진들 앞에서 미소를 보였다. /로이터=뉴스1


2016년 7월 2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相模原) 시의 한 장애인 시설에 침입한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중증장애인 19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범인은 이날 새벽 오전 1시 43분쯤 장애인 시설 '쓰구이야마유리엔'(津久井やまゆり園)에 침입했다. 출입문이 잠겨 있었지만 범인은 망치로 창문을 깬 뒤 건물로 들어섰다.



야근 중이던 경비원과 시설 직원 등 총 9명을 밴드로 결박한 뒤 열쇠를 탈취한 범인은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2개 건물을 휘젓고 다니며 자고 있던 장애인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2016년 7월 2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 있는 장애인 시설 '쓰구이 야마유리엔'에서 칼부림 난동 사건 피해자를 태운 앰뷸런스가 출발하고 있다./AP=뉴시스2016년 7월 2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 있는 장애인 시설 '쓰구이 야마유리엔'에서 칼부림 난동 사건 피해자를 태운 앰뷸런스가 출발하고 있다./AP=뉴시스


오전 2시 30분쯤 "칼을 든 남자가 침입해 날뛰고 있다"는 직원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긴급 출동했지만 이미 중증 장애인 수십 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거나 다친 상태였다.

한 마을 주민은 "새벽부터 구급차 경적소리가 요란해 잠에서 깬 뒤 밖을 보니 피범벅이 된 사람들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9명이 목숨을 잃고, 27명이 부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피해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데다 저항할 힘이 없는 중증 장애인이었고, 잠을 자던 중 무방비에서 습격당했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


범인은 참사가 벌어진 장애인 시설에서 3년간 근무했던 우에마쓰 사토시(植松聖·당시 26세)였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인 오전 3시 5분쯤 경찰에 출두해 "그놈을 해치웠다", "장애인 따위는 없어지는 편이 좋다" 등의 말로 범행을 자백했다.

출두 당시 우에마쓰가 소지한 가방에는 흉기 3개가 들어 있었으며, 일부 흉기엔 피가 묻어 있었다. 그가 몰고 온 자동차 내부와 가방에는 결박용 밴드도 여러 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말할 수 있나" 확인 후 잔혹 범행…중증 장애인만 골라 살해
2016년 7월 26일 발생한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 시의 장애인 시설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우에마쓰 사토시./AFPBBNews=뉴스12016년 7월 26일 발생한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 시의 장애인 시설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우에마쓰 사토시./AFPBBNews=뉴스1
이후 공판을 통해 밝혀진 우에마쓰의 범죄 행각은 잔인했다.

우에마쓰는 사건 당일 저녁 장갑, 접착테이프, 결속 밴드, 망치를 산 뒤 장애인 시설로 향했다. 창문을 깨고 침입한 그는 순찰 중이던 직원에게 다가가 "시끄러워지면 죽인다"며 흉기로 위협했고, 양손을 묶은 뒤 그를 데리고 중증 장애인을 찾아다녔다.



우에마쓰는 방 앞에서 직원에게 "여기는 누가 있나.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고, 직원이 "눈이 보이지 않는, 귀도 들리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답하면 "알았다"고 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는 또 직원에게 "이 사람 말할 수 있냐"고 물은 뒤 직원이 "말할 수 없다"고 답하면 곧바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기도 했다. 다음 방으로 이동한 후에도 우에마쓰는 같은 질문을 이어갔다.

이후 우에마쓰가 질문 의도를 알아챈 직원이 "말할 수 있다, 모두 말할 수 있다"고 하자 우에마쓰는 "얘는 말을 할 수 없잖아"라며 화를 냈다. 그리고는 직접 피해자에 다가가 그가 중증 장애인인지 확인하고 죽이는 것을 반복했다.



우에마쓰는 "쟤는 어디 있나. '와'하고 화내는 놈. 쟤는 죽여야지"라는 말을 남긴 뒤 방으로 들어가 살인행각을 이어갔다.

직원이 "그만 해라. 왜 이런 일을 하냐"며 울부짖으며 호소했지만 우에마쓰는 "우주로부터 온, 우에마쓰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이런 놈들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며 범행을 이어갔다. 준비한 흉기 날이 무뎌지면 다른 흉기를 꺼내 들었다.

피해자들은 3분의 1 이상이 '저항흔'을 남기지도 못하고 피살당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목을 찔렸고, 일부는 목뼈가 다칠 정도로 깊은 자상을 입었다. 사망한 이는 40~60대 남성 9명, 10~70대 여성 10명이었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19세로, 복부를 여러 차례 찔려 사망했다.



우에마쓰가 범행 당시 소지했던 흉기 5개 중 2개는 시설 내에서 발견됐다. 날 길이만 각각 21㎝, 16㎝에 달했다. 나머지는 경찰서 출두 당시 소지한 그의 가방에 있었다.

우에마쓰는 장애인 시설에 침입한 지 약 1시간 만인 오전 2시 48분쯤 시설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가 시설에 들어가는 장면과 나오는 장면은 CC(폐쇄회로)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범행 직후 우에마쓰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세계가 평화로워지기를! beautiful Japan!(아름다운 일본)"이라는 글을 올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범행 2시간 전 미리 준비한 빨간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 속 그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경찰에 호송될 당시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도 그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히죽히죽 웃는 섬뜩한 모습까지 보여 공분을 샀다.

'인사성 바른 청년' 좋은 평판…이면엔 '장애인 혐오' 있었다

2016년 7월 2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 시의 장애인 시설에서 흉기 난동 사건을 벌인 우에마쓰 사토시. /사진=뉴시스, NHK2016년 7월 2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 시의 장애인 시설에서 흉기 난동 사건을 벌인 우에마쓰 사토시. /사진=뉴시스, NHK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태연했던 우에마쓰는 '인사성 바른 청년'으로 소문이 날 정도로 좋은 평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렸고,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선생님을 꿈꾸며 초등학교에서 교육 실습하기도 했다. 근무 태도는 'A'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아이와의 시간을 소중히 하고 있었다"고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에마쓰는 졸업 후 선생님이 되지 않고 운송회사에서 일하다 그만둔 뒤, 2012년 12월부터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장애인에 대해 "귀엽다"고 느꼈지만 어느 순간 뒤틀린 증오가 싹텄던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송년회에서 그는 "입소자를 힘으로 억누르고 공포를 주는 것이 좋다"고 발언해 상사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우에마쓰가 장애인을 향한 비정상적인 분노를 갖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그는 재판에서 "나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인간은 안락사시켜야 한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는 범행 수개월 전 여자친구에게 "중증 장애인은 쓸모없다", "중증 장애인에게 세금을 들이는 건 낭비 아니냐" 등 대화가 통하지 않는 중증 장애인을 차별, 경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범행 5개월 전인 2월 14일에는 장애인 안락사를 주장하며, "장애인 470명을 말살할 수 있다" 등 살인 예고 내용이 담긴 편지를 일본 도쿄의 중의원 의장 공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나흘 뒤엔 범행 장소이자 자신이 근무하던 장애인 시설의 동료 직원에게 "중증 장애인은 살아도 소용없다. 안락사시키는 게 좋다"고 말했고, 이에 동료 직원은 우에마쓰를 경찰에 신고했고, 대마초 양성 반응과 망상장애 증상으로 강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입원 12일 만에 '남을 해칠 우려는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아 퇴원했다.



2020년 3월 16일, 2016년 7월 26일 일본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 19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우에마쓰 사토시의 사형 판결이 내려지기 전, 일본 요코하마 지방 법원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2020년 3월 16일, 2016년 7월 26일 일본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 19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우에마쓰 사토시의 사형 판결이 내려지기 전, 일본 요코하마 지방 법원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비뚤어진 증오로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에마쓰는 2020년 3월 16일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다.

우에마쓰의 변호인은 대마초 흡연 등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우에마쓰가 범행 과정에서 침착하게 '장애인'만 골라 살해한 점 등을 들어 그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우에마쓰는 끝까지 "내가 죽인 것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살해 행위는) 당연하다"며 전혀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반성하지 않는 우에마쓰의 모습에 그를 용서하려던 유족들은 법원에 사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전해 들은 우에마쓰는 "아무래도 좋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이후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사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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