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표창장' 받은 북한 외교관, 한국 망명…"치료도 못 받게 했다"

머니투데이 민수정 기자 2024.07.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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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김정은 동지 서거 30돌 중앙추모대회가 지난 8일 김일성광장에서 엄숙히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했으며, 리일환 당 비서가 추모사를 맡았다.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김정은 동지 서거 30돌 중앙추모대회가 지난 8일 김일성광장에서 엄숙히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했으며, 리일환 당 비서가 추모사를 맡았다.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리일규(52) 정치 담당 참사(참사관)가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6일 뉴시스에 따르면 리 참사는 지난해 11월 초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국내로 입국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도 "주쿠바 북한 대사관 소속 정무 참사 망명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리 참사는 지난 1999년 외무성에 부서 발령, 2019년 4월부터 쿠바 주재 정치 담당 참사로 근무했다. 2011년 9월~2016년 1월 그리고 2019년 4월~2023년 11월까지 쿠바에서 총 9년을 근무했다고 전해졌다.



그는 2013년 7월 쿠바에서 불법 무기를 선적한 채 몰래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된 '청천강호' 사건을 해결해 '김정은 표창장'을 받은 엘리트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리 참사의 임무는 한국과 쿠바 간의 수교를 저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한국은 쿠바와 65년 만에 수교를 맺었다.



1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뇌물 요구와 치료 거부가 탈북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동기였다고 밝혔다.

리 참사는 "직접적 계기는 노력에 대한 불평등한 평가, 그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였다"며 "2019년 8월 쿠바에 북한 식당을 내기 위해 평양에 가자 외무성 대표부지도와 부국장이 적잖은 뇌물을 요구했다. 자금 여유가 부족해 '후에 보자'는 식으로 미뤘더니 앙심을 품고 나를 소환하려 시도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업무 평가를 야박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경추 손상에 의한 신경 손상 증을 앓게 돼 멕시코에 가서 치료받게 해달라고 외무성에 요청했다. 쿠바는 제재를 받아 의료 기기가 없었다"며 "24시간도 안 돼 불허한다는 전보가 떨어졌다. 그때 격분해 '북한을 떠나려는 내 생각은 옳았다'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리일규 참사처럼 북한 외교관이 탈북한 경우는 지난 2019년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류현우 주쿠웨이트 대사대리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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