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자금 대부분 온투업체엔 '그림의 떡'…자체CSS 없으면 못받아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7.2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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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저축은행의 온투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투자가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대다수 온투업체엔 '그림의 떡'이다.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온투업체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CSS(신용평가모형)가 없으면 투자를 받지 못해서다. 성장을 위해선 저축은행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자체 CSS를 구축하고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CSS의 우수성을 검증받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다.

21일 온투업계에 따르면 피플펀드·8퍼센트·어니스트에이아이·모우다·머니무브 5개는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와 KCB(코리아크레딧뷰로)에 개인CSS 성능을 검증받는 백테스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체 48개 온투업체 중 13개가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으나 이중 일부만 백테스팅을 받고 있다.



백테스팅을 진행하는 5개사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개인CSS를 보유하고 있다. CSS 성능검증은 저축은행 투자를 받기 위해 온투업체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관문으로, 저축은행의 투자가 시작돼도 자체 CSS를 가진 소수의 회사만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지난달 금융위는 온투업 투자를 희망하는 저축은행 29개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받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현재 온투업체와 협의해 저축은행의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전산망을 개발 중이다. 금융위는 투자계획을 심사해 올해 3분기 혁신금융서비스 선정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자체 CSS를 보유한 온투업체가 중심이 되면서 나머지 온투업체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어도 CSS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저축은행의 자금을 유치할 수 없어서다. 해외 온투업체는 70~80%를 금융기관 투자에 의존하고 있지만 국내 온투업체엔 금융기관 투자가 허용되지 않아 그간 온투업계는 저축은행 투자를 숙원사업으로 여겼다.



저축은행 투자에서 배제된 온투업체는 자체 CSS 보유여부가 혁신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체 CSS가 없어도 대부분의 온투업체가 신평사의 CSS에 자체 알고리즘을 적용해 1금융권에서 포용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에게 개인신용대출을 내주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혁신금융서비스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투자를 풀어준 것도 온투업체가 중저신용자와 금융취약계층에게 개인신용대출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성을 인정해서다.

자체 CSS를 보유하지 않은 온투업체로선 저축은행 투자를 받기 위해 새롭게 CSS를 개발하고 신평사로부터 CSS 성능검증을 받는 비용도 부담이다. 신평사에 CSS 성능을 검증받기 위해선 1000만~20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투업체는 은행과 달리 자체 CSS를 수시로 조정하기 때문에 검증주기가 짧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온투업체와 신평사는 검증비용과 주기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온투업체 관계자는 "개인신용대출을 일으킬 때 신평사의 CSS를 쓰고 있는데,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대출은 건전한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자체 CSS 유무를 기준으로저축은행 투자를 허용하는 게 아니라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에 관한 관심과 노력·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온투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개인신용대출에 한해 규제를 풀어줘서 개인CSS를 가진 저축은행만 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부동산담보대출, 매출채권 서비스 등에도 투자를 허용해 온투업계 전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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