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재림?' 발라조빅 위력 확인, '196㎝ 장신의 156㎞→KKKKKK'... 사사구-투구수는 과제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4.07.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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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발라조빅이 14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두산 발라조빅이 14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20승 투수를 떠나보내고 데려온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발라조빅(26)이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발라조빅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93구를 던져 1피안타 4사사구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기대 이상의 투구였다. 발라조빅은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불펜으로 활약했기에 아직 선발 투수로서 많은 투구를 던질 완벽한 준비가 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발라조빅은 라울 알칸타라를 대신할 선수로 지난 4일 두산과 계약했다. 신장 196㎝·체중 97㎏의 건장한 신체 조건을 갖춘 발라조빅은 2016년 MLB 신인드래프트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5라운드 지명을 받을 정도로 미국 현지에서 기대를 모았던 투수다.

MLB에서 18경기 24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 평균자책점(ERA) 4.44를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선 138경기(83경기 선발) 29승 28패 7홀드 1세이브, ERA 4.40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A 세인트 폴 세인츠 소속으로 24경기(1선발)에 등판해 35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 4패 3홀드, ERA 5.60을 기록했다.



발라조빅이 동료들의 박수 속에 마운드에 등판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발라조빅이 동료들의 박수 속에 마운드에 등판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알칸타라가 올 시즌 부상과 부침으로 인해 고전했고 두산은 결국 칼을 꺼내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올 시즌 선발로 뛴 선수가 아니고 확실한 성공가도를 달리던 선수라고 보기 어려웠지만 커다란 신장을 앞세운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마치 현역 시절 '2층에서 던지는 것 같다'는 평가와 함께 높은 직구 구종 가치를 인정 받았던 더스틴 니퍼트를 기대케 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2일 "본인과 이야기했을 때는 60구 정도까지는 충분히 구위가 초반과 다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이상은 벤치에서 판단해달라고 했다"며 "60구를 던지면서 그 후에 혹시라도 힘이 떨어지거나 스스로도 힘이 떨어진다거나 공이 자꾸 빠진다거나 하면 사인을 보내달라고 했다. 서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 타자들은 처음 만나는 발라조빅을 상대로 최대한 공을 지켜보려는 듯 신중하게 접근했다. 1회 발라조빅은 삼자범퇴로 삼성 타자들을 잠재웠는데도 22구를 뿌렸다. 김지찬과 이재현을 상대로 포심과 슬라이더만 던지던 발라조빅은 구자욱을 상대로 커브를 섞기 시작했고 낙차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회엔 삼진 2개를 잡아냈다. 강민호에겐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로, 윤정빈에겐 몸쪽으로 큰 낙폭을 그리며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이성규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지만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은 거의 없었고 수싸움 끝에 아쉽게 출루를 허용했다.

3회에도 류지혁을 상대로 바깥쪽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발라조빅은 전병우에게 2루타를 맞고도 김지찬과 이재현을 범타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힘차게 공을 뿌리는 발라조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힘차게 공을 뿌리는 발라조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4회 다시 한 번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강민호에겐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절묘한 체인지업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5회가 아쉬웠다. 첫 타자 윤정빈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양의지가 도루를 시도한 윤정빈을 잡아냈고 박병호에게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뒀다.

그러나 불어난 투구수 때문일까. 제구가 흔들렸다. 류지혁에게 범타를 유도하려는 하이 패스트볼은 존 한참 위로 향했고 전병우에게 던진 투구는 위 아래로 춤을 췄다. 발라조빅에 승리 요건을 안겨주고 싶어 기다리던 이승엽 감독도 결국 실점 위기에서 더 이상은 기다려줄 수 없었다.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고 발라조빅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공을 넘겨받은 이교훈이 김헌곤에게 땅볼 타구를 유도했으나 유격수 야수 선택으로 주자가 모두 생존했고 이재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1-1 동점이 됐다. 발라조빅의 실점이 발생했다.

이후 두산은 7회초 이재현의 1타점 역전 적시타와 강민호의 쐐기 스리런 홈런 등으로 2-6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 삼성전 전적은 2승 10패가 됐다.

발라조빅은 이날 93구 중 최고 시속 156㎞, 평균 151㎞의 포심 패스트볼을 41구 뿌렸고 슬라이더(평균 138㎞) 27구, 커브(평균 134㎞) 14구, 스플리터(평균 142㎞) 11구를 던지며 삼성 타자들의 눈을 혼란케 했다.



발라조빅이 5회 2사에서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발라조빅이 5회 2사에서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볼넷이었다. 다만 강판 직전 내준 볼넷 2개는 투구수가 많아진 영향일 수 있다. 100구 이상을 던질 수 있게끔 몸을 만들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다.

전날 두산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른 단기 대체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도 합격점을 받았다. 3⅔이닝 동안 83구를 던져 3피안타 6사사구 3탈삼진 4실점(2자책)했는데 야수들의 연이은 실책으로 실점은 물론이고 투구수가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이승엽 감독도 경기 후 "시라카와는 야수 실책이 나오면서 일찍 내려갔지만 구속과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 극심한 열세를 보이며 이날 패배해 48승 42패 2무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3위에 자리하고 있는 두산이다. 심지어 알칸타라와 브랜든의 이탈에도 이 같은 성적을 유지했고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들이 첫 경기부터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는 점은 두산의 후반기 상승세를 기대케 하는 요소다.



5회 강판 전까지 발라조빅이 보여준 투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더군다나 삼성만 만나면 약해졌던 두산이기에 삼성을 상대로도 충분히 힘으로 맞서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투수라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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