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 뙤약볕 아래 전동킥보드 여러대가 주차됐다. /사진=김미루 기자
직사광선을 받는 전동킥보드의 손잡이를 만져보니 뜨겁다고 느낄 수준이었다. 발판 부분은 지면 열로 손잡이보다 더 뜨거웠다. 발판 아래에는 리튬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오후 2시를 넘기면서 강한 복사열이 손잡이와 발판 부분 온도를 더 올렸다.
누전 위험이 있어 플라스틱 소재 덮개를 씌워둔 인도 위 시설물 사이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됐다. /사진=김미루 기자
화재가 발생한 전동 킥보드에 물을 뿌려 불을 끄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강남소방서
한국PM(개인형이동장치)산업협회 회장을 맡은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공유 킥보드는 길거리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폭염, 폭우에 의해 온도나 습기 변화 폭이 상당히 크다"며 "여러 문제에 노출된다는 점을 고려해서 전동킥보드를 최악의 조건에서 테스트하기는 하지만 같은 리튬 배터리를 오래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화재는 여름철에 집중되고 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6월부터 8월에 발생한 전동킥보드 화재는 △2019년 13건 △2020년 29건 △2021년 34건 △2022년 58건 △2023년 41건 등 총 175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발생한 겨울철 전동킥보드 화재는 총 84건에 머물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앞서 지난 4일에도 서울 강남소방서에는 강남구 역삼동 길가에 있던 공유형 전동킥보드에서 불이 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불은 킥보드의 리튬이온 배터리셀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전동킥보드 화재는 총 467건이다. 지난해에는 114건으로 2019년(46건)보다 약 2.5배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2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 배터리에 누전이 일어나면 순간적으로 고열이 발생하고 폭발로 이어져 불이 난다"며 "도로 위에 전류가 흐르는 물체 인근에 주차하거나 여러 대를 같이 세워뒀을 때 열이 전달되면서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