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예상보다 더 내려갈수도"…한은이 '인하 가능성' 내비친 이유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박광범 기자 2024.07.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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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글로벌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처음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상승률이 유의미하게 둔화세를 보였다는 판단에서다. 오랜 기간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물가 안정 측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자평도 내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차례 연속이자 최장기간 동결 기록이다. 가능성이 제기됐던 인하 소수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금통위는 통방결정문에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해 나가겠다'는 직접적 표현을 추가하면서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금통위 때와 달라진 부분이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등 입장 변화에 나선 건 물가 지표가 완만한 둔화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까지 떨어졌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를 나타냈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물가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전망치(2.6%)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며 "물가 안정만을 본다면 이제는 금리 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완만한 소비 회복세와 국제유가, 농산물가격의 기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상승률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추세적으로 2%대 초반으로 낮아지겠고 연간 상승률은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언급한 금통위원은 2명으로 늘었다. 5월 금통위 땐 1명만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두 분은 기본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하 시기는 아직 불확실하다. 물가만 보면 금리 인하가 당연한 듯 한데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지는 건 금융안정 측면에서 경계해야 할 요인이다. 사실상 '8월 조기인하'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기준금리는 1년6개월째 유지됐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내려간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한 결과다.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2.86~5.67%로 집계됐다. 3%대를 유지하던 하단이 2%대에 진입했다.

주택매매가 늘고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가계부채는 불어났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한 달 사이에 6조3000억원 늘었다. 상반기 누적 증가규모(26조5000억원)는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6, 7월 올라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유심히 보고 있다"며 "지난 5월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금통위원은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가격에 직접적인 조정을 할 순 없지만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인하 시점에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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