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돕고 유럽에 뒤통수"…돌아선 나토, 중국 직접 비난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7.11 16:32
글자크기

나토 정상들 "중국이 유럽안보에 도전" 성명서에 직접 언급,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지지 불구 구체적 일정은 제시 못 해…
내년까지 400억유로 지원, 트럼프 당선 땐 장기 보장 못 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 리셉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 리셉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선언문에 중국에 대한 비난이 공식적으로 담겼다.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군대 재건과 무기 제조를 도와 유럽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그간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을 향해 말을 아껴왔던 나토로서는 큰 변화다.

중국, 러시아에 무기 안 줬다지만… 나토 "줄 건 다 줬다"
10일 늦은 오후 32명의 나토 동맹 지도자들이 승인한 워싱턴 정상회담 선언에는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을 가능케 하는 존재가 됐다"며 러시아의 군대 재건에 필수적인 무기 구성요소 및 기타기술의 운송을 중단하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나토 동맹국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주저했다. 중국이 독일 등 나토 동맹국이 수출하는 고급차와 사치품을 사들이는 거대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임 5일만에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임 5일만에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그러나 이날 나토 정상들은 러시아의 방위부문에 투입된 무기 구성품, 장비 및 원자재 같은 이중 용도 자재 공급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중국이 사이버 활동과 허위 정보, 대우주 역량 개발 등을 포함해 "유럽-대서양 안보에 체계적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나토가 처음으로 중국의 러시아 지원을 비난해온 미국과 입장을 같이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에 군사적 목적의 위성 이미지와 탱크용 마이크로전자 및 공작 기계, 무기에 사용되거나 무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우려해 러시아에 무기 및 포병을 직접 제공하진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 기업들과 함께 공격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후 중국이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로드맵 빠져… 내년까지 400억유로 지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2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약화하고 나토 동맹도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다급한 상황임에도 이번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로드맵을 내놓지는 못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과 회담하고 있다./AP=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과 회담하고 있다./AP=뉴시스
나토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나토에 있다. 우리는 나토 가입을 포함해 완전한 유럽-대서양 통합을 향한 불가역적 길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헝가리 등 친러 국가를 포함한 나토 회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알리나 폴리아코바 유럽정책분석센터 회장은 "우크라이나를 가능한 한 빨리 가입시킬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신 나토는 동맹국과 파트너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장비와 훈련을 제공하도록 조정하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나토 안보 지원 및 훈련'(NSATU)을 설립하기로 했다. 트럼프 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상시지원체계를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데다 나토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늘리지 않으면 "미국의 길을 가겠다"고 나토 탈퇴 의사까지 밝힌 바 있다.


유럽의 전 연합군 최고 사령관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제독은 "나토가 트럼프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32개국 전체가 GDP(국내총생산)의 2% 군비지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 75주년을 맞은 나토는 거의 한 세대 만에 가장 강력한 집단 방위 강화에 나서 회원국들의 군비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유럽 동맹국과 캐나다의 국방비는 수십 년 만에 최대인 18% 늘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