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운영 위한 자격…'지속가능성' 갖춰야 시장에서 이긴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4.07.1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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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길을 묻다 6] 송준 한국바스프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전기를 만들고 산업활동을 하며 이동할 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변화가 전세계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너지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한 변화가 산업과 경제 구조의 탈탄소화를 재촉하면서 새 시장이 만들어지거나 기존 시장이 재편된다.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밸류체인을 장악한 가운데 미국·유럽이 산업정책 차원에서 '녹색산업'을 지원한다. 한국을 녹색산업의 협력 파트너로 바라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협력 관계인 국가의 기관·기업과 만나 전세계 녹색산업의 진화를 짚어본다.

송준 한국바스프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송준 한국바스프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속가능성은 마케팅을 위해 중요할 뿐 아니라 결국 시장에서 이기기 위한, 기업의 운영을 위한 라이선스입니다. 지속가능성을 갖추지 않은 기업은 큰 도전을 받게 될 겁니다. "

세계 최대 화학기업 중 하나이자 한국에서 가장 긴 업력을 가진 유럽계 기업 중 한 곳 독일 BASF(바스프)의 한국 법인을 이끄는 송준 대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경쟁력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바스프는 기후변화 대응, 지역사회 기여 등 지속가능성 관련 지표에서 전세계 기업 중 가장 우수한 기업으로 꼽힌다. 1990년대부터 기업 성장전략의 일부로 지속가능성을 반영했다. 한국에는 1954년 진출해 여수·울산 등의 8개 생산시설과 2개의 R&D센터 등을 뒀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2일 송준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스프가 추진 중인 지속가능성 전략을 들었다. 한국계 독일인인 송 대표는 2006년 바스프에 입사한 뒤 독일과 브라질에서 연구·인수합병·마케팅 등을 담당하다 2020년 한국법인으로 옮겨 지난해 3월 한국법인 대표로 취임했다.



-지속가능성 및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바스프의 구체적 목표를 소개해 달라.
▶바스프는 생산량을 늘리면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스코프1,2*)을 2018년 대비 2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 공급업체로부터 구매하는 상품·서비스와 관련된 탄소배출량(스코프3의 일부)도 줄이려 한다. 2050년까지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이와 관련해 생산 연구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관련 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속가능성이 시장에서의 승리와 운영을 위한 라이선스라는 말의 의미는.
▶바스프에서 근무를 시작한 2000년대만해도 왜 지속가능성에 투자를 하며, 투자대비 수익률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들이 상당히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밸류체인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바스프의 고객들이 탄소발자국이 적은 제품, 플라스틱 재료를 최대한 재사용해 폐기물을 줄이려는 순환 아이디어가 실제로 충족된 제품을 원한다. 유럽연합(EU)은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에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일정 할당량만큼 사용하도록 하는 강력한 지침(차량순환성 및 폐차관리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제는 유럽에 수출하는 모든 자동차 완성차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기업 운영 위한 자격…'지속가능성' 갖춰야 시장에서 이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점은
▶고객사에 탄소발자국이 적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바스프의 공정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고객에게 저탄소 제품 또는 순환형 제품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접근성도 매우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스프의 2030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한국 내 생산시설에서도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
▶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데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SK E&S와의 재생에너지PPA(직접전력구매계약)를 위한 협약 같은 중요한 계약을 체결한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물량 계약을 체결한 몇 안 되는 대기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일종의 퍼스트무버라 생각한다. 다른 기업들과도 재생에너지 공급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조달받나
▶유럽에서는 파트너와 합작 투자 구조를 통해 풍력 발전 단지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올해 초에는 중국에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풍력 발전 단지를 조성했다(**바스프는 광둥성 잔장시에 중국 풍력기업 밍양그룹과 합작사 밍양 바스프 뉴에너지를 세워 2025년부터 바스프의 잔장 공단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해상풍력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한국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고 본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투자가 활성화 되려면
▶기업으로서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려면 물론 인센티브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 인센티브는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다. 즉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다른 경쟁 에너지원보다 과도하게 높지 않아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잉여 보유량을 거래를 통해 시장에 다시 공급하는 유연성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에는 아직 그런 메커니즘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럽과 남미 시장을 경험한 뒤 한국에서 4년간 근무했다. 한국 시장이 갖는 특수성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한국엔 화학산업 밸류체인이 매우 잘 구축돼 있다. 이는 바스프의 파트너와 고객사가 모두 한국 안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한국 기업 파트너와 함께 논의해 사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 매우 전문적인 파트너사들과 고객을 함께 개발할 수도 있다. 한국이 수출 주도형 경제란 점과 한국 밖의 더 큰 시장을 고려할 때 밸류체인을 한꺼번에 갖고 있다는 건 매우 유리한 점이라 생각한다. 탄소발자국이 낮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한국 기업과의 협업으로 이 같은 밸류체인에서의 강점이 발휘된 예가 있다면
▶탄소발자국이 낮은 제품 공급을 위해 한국 대부분의 화학 관련 회사들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지오센트릭으로부터 재생가능원료를 공급받아 한국 외 주변 국가 고객들에게도 낮은 탄소발자국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기업명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유사한 협업을 한국의 많은 기업들과 논의 중이다(**바스프의 폴리아미드(나일론) 사업 자회사 바스프퍼포먼스폴리아마이드코리아는 2022년 SK지오센트릭과 업무협약을 통해 폐식용유 등으로 만든 재생가능 나프타로 생산한 재생가능 벤젠을 공급받아 이 원료로 저탄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만들어 합성섬유 및 완성차 관련 기업에 공급 중).



-수출경쟁력의 측면에서 이런 강점이 활용될 수 있을까
▶특히 SK지오센트릭과의 협력을 통해 섬유 분야 고객들에게 바이오매스 밸런스*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섬유 분야는 비용에 민감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제품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다. 더불어, 올해 4월부터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화학적 재활용 소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도 매우 자랑스럽다. 이는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석유대체원료로 전환한 다음 다시 제품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EU가 완성차 기업에 플라스틱 재활용 부품 사용률을 충족하도록 한 지침은 모든 완성차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완성체 기업과도 이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 지 매우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탄소발자국을 낮춘 제품의 수요는 아직까지 한정적이지만 유럽, 중국 등 한국 이외의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기업 운영 위한 자격…'지속가능성' 갖춰야 시장에서 이긴다"
※송준 대표는
△2023~현재 한국바스프 대표이사 △2020 한국바스프 자동차·소재 및 산업 솔루션 사업부문 사장 △2017 바스프 남미지역 석유화학제품 비즈니스 총괄(브라질) △2014 바스프SE 유럽·중동·아프리카 총괄사장 스태프 △2006 바스프SE 글로벌 작물보호 연구분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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