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지난 10일 울산 남구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 대 광주FC의 프로축구 K리그1 22라운드가 끝난 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울산 팬들에게 인사한 뒤 돌아서는 홍명보 감독(가운데)의 모습. /사진=뉴시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 대 광주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섰다. 지난 8일 홍명보 감독이 한국 A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깜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첫 공식 석상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무거운 표정으로 A대표팀으로 부임하게 된 이유를 차근차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다들 아시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당시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솔직한 심정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내가 알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날 밤 이임생 이사는 돌아갔고 홍명보 감독의 고민이 시작됐다. 그는 "밤새 고민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에 도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지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총괄기술이사. /사진=뉴시스
홍명보 감독 본인이 밝혔듯이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그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자 치욕으로 남아있다. 당시 2014 브라질 월드컵이 1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팀을 제대로 만들 시간도 없이 월드컵에 나가 조별리그 1무2패로 탈락했다. 당시 1차전 러시아와 1-1로 비기며 선전했지만 알제리와 2차전에서 경기 내내 끌려다니며 2-4로 완패했다. 벨기에와 3차전은 상대 선수가 퇴장당하는 수적 우위 속에서도 졸전 끝에 0-1로 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명예회복'을 바랐다. 무엇보다 지금은 10년 전과 상황이 더욱 '좋게' 변했다. 월드컵 성공을 위한 가장 큰 조건인 선수층이 역대 최강이란 평을 듣기 때문이다. 대표팀 주장으로 손흥민(토트넘)이 건재하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등 유럽파 공격수와 철벽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있다. 비난 여론을 딛고서라도 감독으로서 욕심 날 만한 조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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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을 듣는 홍명보 감독. /사진=뉴시스
홍명보 감독의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임생 이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5일 밤 11시 홍명보 집 앞에서 처음 만나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고, 홍명보 감독은 다음 날 아침 9시에 대표팀을 하겠다는 전화를 걸었다. 제안을 받고 수락까지 10시간이 걸린 셈이다. 본인 승부욕과 2014 브라질 월드컵 명예회복을 바라는 의지. 이것들이 감독 선임 속 지켜져야 할 중대한 원칙과 과정을 단 10시간 만에 깰 정도로 더 중요했는지 본인 스스로 돌아봐야 할 듯하다.
홍명보 감독이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