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만 만나면 연전연승' 긴장감 즐기는 호랑이, 선두 경쟁이 두렵지 않다 "재밌다, 진짜 재밌다" [잠실 현장]

스타뉴스 잠실=김동윤 기자 2024.07.1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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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감독(오른쪽)이 10일 잠실 LG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KIA 이범호 감독(오른쪽)이 10일 잠실 LG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보통 선두 팀 선수들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2위권 팀들의 추격에 부담을 느끼건만, KIA 타이거즈 선수들에게서는 두려운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2위 팀만 만나면 연전연승하는 호랑이의 비결은 무엇일까.

KIA는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2만 3750명)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LG 트윈스에 5-2 역전승을 거뒀다.



8회 종료 시점만 해도 KIA의 패색이 짙은 경기였다. KIA 타자들은 8회까지 LG 외국인 선발 투수 디트릭 엔스에게 7⅓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투구에 꽁꽁 묶였다. 반전의 서막은 베테랑 김선빈의 13구 승부였다. 김선빈은 8회 초 1사에서 1B2S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도 7번의 파울 타구를 만들고 2개의 볼을 지켜보다 결국 중전 안타로 엔스의 완투를 저지했다.

이후 후속타 불발로 실점 없이 끝났으나 김선빈이 살려놓은 불씨는 9회 초 선두타자 박찬호의 거침없는 주루에 되살아났다. 박찬호는 좌중간으로 향하는 안타에 포기하지 않고 뛰어 2루까지 도달했다. 다소 짧은 거리였으나, 박찬호는 1루부터 가속을 붙여 슬라이딩으로 2루에 안착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땅볼로 3루까지 도달한 박찬호는 최원준의 좌익선상 안타로 홈을 밟아 기세를 살렸다.



유격수 땅볼로 선행주자를 없애고 1루에 안착한 김도영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최형우의 타구가 좌중간 외야를 가르자 김도영은 1루에서 3루까지 약 10초 만에 도달해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부터는 KIA의 분위기였다. 연장 10회 초 1사에서 서건창의 볼넷, 한준수의 안타로 1사 1, 3루가 만들어졌고 박찬호가 중견수 쪽으로 뜬 공 타구를 보내 결승 득점을 만들었다. 소크라테스의 볼넷에 이은 최원준의 적시타는 KIA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장면이었다.

KIA 박찬호(가운데)가 10일 잠실 LG전 9회 초 좌중간 2루타를 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KIA 박찬호(가운데)가 10일 잠실 LG전 9회 초 좌중간 2루타를 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올 시즌 KIA는 KBO 10개 팀 중 가장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3월 23일 시작된 KBO 리그에서 KIA는 7월 10일 경기 종료 시점으로 111일 중 99일을 1위에 머물렀다. LG, 삼성, 두산, NC 등 상위권 팀이 꾸준히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실패했다. 6월 7일부터 6월 11일까지 LG가 잠시 1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4월 9일부터 7월 10일까지 KIA는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 비결은 1위를 내줄 위기마다 오히려 상위권 팀을 압도하며 차이를 벌린 덕분이다. 5월 17일부터 열린 창원 NC 3연전을 앞두고 KIA는 당시 2위였던 NC와 1경기 차 1위였다. 3연전 결과에 따라 1위를 내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오히려 스윕했고 NC가 거꾸로 3위로 떨어지는 결과를 맞았다. 그다음이 6월 18일부터 열린 광주 LG 3연전이었다. 3연전을 앞두고 KIA는 당시 2위 LG에 1.5경기 차 불안한 리드를 안고 있었으나, 이때도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우위를 지켰다. 최악의 분위기에서도 2위 팀을 상대로 오히려 살아났다.


KIA는 6월 25일 부산 롯데전 15-15 연장 12회 무승부 혈투 이후 내리 3연패 하며 최악의 분위기로 향했다. 7월 2일부터 시작된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당시 3위 삼성과 2경기 차, 2위 LG와 1.5경기 차로 이 역시 3연전 결과에 따라 1위를 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도 정상급 마무리 오승환을 두 번이나 무너트리면서 스윕에 성공, 전반기를 3.5경기 차 1위로 마무리하는 위엄을 보였다.

후반기 시작부터 2위 LG와 맞붙는 험난한 일정으로 시작했지만, 이날 승리로 위닝시리즈를 확보하면서 2위만 만나면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에 KIA 이범호 감독은 10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우리는 2위 팀에만 좋은 성적을 내고 하위 팀에는 대충하는 팀 컬러가 아니다. 아무래도 상위권 팀과 할 때는 중요한 경기니까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센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KIA 선수단이 10일 잠실 LG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다른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KIA 선수단이 10일 잠실 LG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다른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찬호 역시 의견을 같이했다. 박찬호는 "우리가 2위 팀만 만나면 이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재밌었다. 진짜 재밌었다"며 "아무래도 조금 더 집중력이 높아지는 게 있는 것 같다. 또 가을야구 가면 만날 팀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경기장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오늘 매진이 됐는데) 이런 분위기가 되면 조금 더 집중력이 높아져서 나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선발 투수 양현종의 5이닝 1실점 호투와 타자들의 막판 역전극으로 한 이닝 만에 5연승을 달린 KIA는 가장 먼저 50승 고지를 선점하고 50승 2무 33패로 1위를 사수했다. 2연패에 빠진 LG는 46승 2무 40패로 이날 NC에 승리한 삼성에 승률 차이로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해준 선수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며 "8회까지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는데 9회 초 박찬호의 안타로 만든 무사 2루 찬스에서 최원준의 따라가는 적시타가 나오면서 희망을 살렸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최형우의 안타 때 김도영이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이어진 10회 초 1사 1, 3루 찬스에서 박찬호가 다시 한번 귀중한 결승 희생 타점을 올려줬고, 최원준의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값진 승리를 추가할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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