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파이오니어ㅣ 박진영이 꿈꾸는 K팝의 새 미래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7.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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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YP/사진=JYP


가수 박진영은 한국 가요계에 많은 역사를 쓴 사람이다. 프로듀서 박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그의 꿈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미국병'이라고 비웃었지만, 이제는 많은 아이돌들이 빌보드 진출을 꿈꾸고 있고 실제로 해내고 있다. 그중에는 박진영이 설립한 JYP 소속 아티스트도 속해 있다. 프로듀서 박진영의 시선은 이제 미국 진출 그 너머를 보고 있다.

JYP의 전신은 1997년 설립된 태흥기획이다. 박진영의 이름에서 따온 JYP라는 현재의 사명은 2001년 변경됐다. 이후 god, 비의 음반 프로듀싱을 성공시키며 메이저 기획사로 떠올랐다. 이후에는 아이돌 제작에 초점을 맞춰 원더걸스, 2PM, 2AM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아이돌을 제작 중이다.



현재 JYP라 하면 많이 떠올리는 '걸그룹 명가'라는 이미지는 그룹 원더걸스로부터 시작했다. '텔 미', '소 핫', '노바디'의 3연속 메가 히트로 걸그룹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걸그룹 이미지가 강하지만 보이그룹 역시 큰 성과를 냈다. 짐승돌 이미지를 부각한 보이그룹 2PM은 '어게인 앤드 어게인, '하트비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수만의 SM, 양현석의 YG와 함께 엔터 3대 기획사라는 이름으로 묶이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미국 진출 시기 당시의 원더걸스/사진=JYP미국 진출 시기 당시의 원더걸스/사진=JYP


계속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JYP는 미국 진출을 꿈꾸던 박진영으로 인해 크게 흔들렸다. 그 전에도 미국 진출을 추진했던 박진영은 원더걸스를 미국으로 데려가 본격적으로 미국 진출에 나섰다. 국내 활동을 한동안 중단할 정도로 총력을 기울였지만 초반에만 반짝했을 뿐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그 사이 기존 걸그룹의 성장과 신인 걸그룹의 데뷔로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도 좁아졌다. 세계 금융 위기라는 특별한 사건도 있었지만, 박진영의 무리함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미국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된 것은 덤이다.

JYP 퍼블리싱은 여전히 오디션을 진행하며 인재를 모으고 있다/사진=JYPJYP 퍼블리싱은 여전히 오디션을 진행하며 인재를 모으고 있다/사진=JYP

휘청거리며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JYP는 버텨냈다. 핵심은 박진영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었다. 지난 2014년 가수 데뷔 20주년을 맞아 진행한 간담회에서 박진영은 "지난 3년간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음반사처럼 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결국 제 감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1인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JYP는 다양한 하위 레이블도 만들었고 원활한 노래 수급을 위해 JYP 퍼블리싱도 설립했다. 박진영은 "남들이 볼 때는 JYP가 위기이지만 이런 실험이 재미있다. 지금은 시스템 안에서 좋은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그 시스템을 계속 고쳐나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불명예스럽게 밀려나고,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가 팬들의 호불호 속에 그룹을 프로듀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걸 내려놓고 영향력을 줄인 박진영의 선택은 그야말로 현명했다고 볼 수 있다.

본부제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끈 트와이스/사진=JYP본부제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끈 트와이스/사진=JYP
박진영의 과감한 선택으로 인해 JYP는 위기를 딛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 2014년 데뷔한 갓세븐과 2015년 데뷔한 트와이스는 각각 2PM과 원더걸스의 뒤를 이을 잠재력을 보여줬고 밴드 데이식스 역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영향력을 줄였음에도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본 박진영과 JYP는 더 과감한 변화에 나선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제작 본부 시스템이다.

박진영은 부서를 업무에 따라 분리하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를 기준으로 마케팅, PR, 매니지먼트 등의 업무를 분리하며 효율성과 신속성을 끌어올렸다. 현재는 1본부(2PM, 스트레이 키즈, 니쥬, 넥스지), 2본부(있지), 3본부(박진영, 트와이스, 비춰), 4본부(엔믹스) 및 스튜디오 J(데이식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의 본부가 효율적으로 담당 아티스트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다.

박진영은 "제 첫 실험(트와이스)의 결과는 엄청났다. 업무가 빨라지고 효율적으로 됐다. 담당자와 아티스트의 커뮤니케이션도 훨씬 원할히 이뤄졌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 하나의 회사 안에 4개의 작은 회사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라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JYP의 새로운 미래가 될 비춰/사진=JYPJYP의 새로운 미래가 될 비춰/사진=JYP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JYP는 꾸준하게 성장했다. 박진영의 오랜 숙원이었던 미국 진출 역시 다시금 시작됐다. 다만,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JYP의 전략은 많이 수정됐으며, K팝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많이 변화했다. 원더걸스의 뒤를 이은 트와이스는 무리한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대신 일본 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미국으로 진출했다. 스트레이 키즈는 K팝을 향한 관심이 급격하게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선보이며 '빌보드 200' 4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JYP와 박진영이 꿈꾸는 다음 목표는 현지화 그룹이다. 꾸준하게 'GLOBALIZATION BY LOCALIZATION'을 강조한 박진영이 강조한 K팝의 새로운 단계는 해외에서 직접 인재를 육성, 프로듀싱하는 것이다. 음악이 아닌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으로 이미 중국의 현지화 그룹 보이스토리, 일본 현지화 그룹 니쥬, 넥스지, 미국 현지화 그룹 비춰 등이 JYP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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