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근래 경제지표를 보면 크루그먼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전년 대비 9% 넘게 상승한 소비자물가는 3% 안팎으로 꺾였다. 매달 20만개 넘는 신규 고용이 창출된다. 경제성장률은 견조하고 실업률도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운 4.1%에 머문다. 기업의 매출과 이익도 늘고 있다.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다.
하지만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평가는 냉정하다. 최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이 정도 지지도라면 최근 재앙적 우려를 촉발한 대선 TV 토론이 없었더라도 바이든의 재선가도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인플레이션 진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체감물가는 높기만 하다. 미국인의 백반집이라 할 수 있는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은 최근 수십 퍼센트(%) 올랐다. 미국 가정의 34%가 의지하는 임대주택 월세도 매년 5%가 넘게 상승한다. 집값도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자산가격 앙등은 선거를 앞둔 바이든행정부의 지속적인 적자재정 편성 때문이다. 각종 꼬리표를 단 정책 지원금과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예산이 편성되면서 재정적자는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 정책적 지원이 기술진보와 맞물리면서 기술주의 가격버블도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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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경기부양 사이클은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설탕처럼 달콤한 호경기와 자산가격 강세를 선사한다. 그러나 그 사이클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는 없다. 천문학적 재정적자는 구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확대는 채권금리 상승과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또 적자재정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진다.
내년 미국에서 신정부가 출범하면 재정지출이 줄어들든지, 아니면 금리가 상승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정치적 사이클의 종료는 경기확장을 가로막는다. 설상가상으로 연준의 긴축정책도 2년 안팎의 시간차를 두고 경기를 냉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의 정치적 사이클과 연준의 타임래그가 내년 이후 경기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